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의 마지막 단계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둘러싼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기소 대상이 되는 의료진의 중과실 범위, 형사처벌 면제 대상이 될 필수의료 항목 선정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 간 의견 차이가 여전히 크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마치는 대로 최종 실행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도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편, 지역병원·1차 의료 강화와 함께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특히 환자와 의료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과실 범위 어디까지 포함되나
가장 큰 쟁점은 ‘의료진 중과실 범위’다. 정부는 의료진의 행위가 중과실에 해당할 때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중과실로 규정된 유형은 ▲진료 기록 및 CCTV 영상 위·변조 ▲의료분쟁 조정 참여 거부 ▲무면허 의료행위·불법 대리수술 ▲비의료행위 등 12개 항목이다.
의료계는 중과실의 범위를 더욱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남렬 고려대 구로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2018년 기준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된 국내 의사는 877명으로, 같은 해 일본(37명)이나 영국(0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전 세계 평균 기소율이 5.5%인 반면 한국은 70%를 넘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 측은 “정부가 규정한 중과실 사례는 사실상 고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며 “12개 유형 외에는 모두 단순 과실로 분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필수의료 항목,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필수의료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도 핵심 쟁점이다. 정부는 고위험 필수의료 영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진에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족 전원이 동의하면 기소를 면제하거나 감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113%에서 2020년 78%, 최근 25%까지 급감했다”며 “필수의료 영역에서 의료진이 처벌받는다면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자·시민단체는 “고위험 분만과 중증 소아 진료 정도만 필수의료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의료계는 미용·성형을 제외한 대부분을 필수의료로 분류하려 하지만, 이에 대한 형사책임 완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합의 시 불기소, 적절한가
정부가 검토 중인 또 다른 방안은 유족 전원이 합의할 경우 기소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측은 “형사고소권은 법리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하다”며 “유족 합의 여부를 기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관련한 정부안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적인 토론회를 통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 ▲응급·외상 등 필수의료 부문의 공적 배상체계 강화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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