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빛에 서린 목소리: 신진 작가 이 세이 예지의 예술 세계
신진 작가 이 세이 예지의 전시 ‘찬란한 빛에 서린 목소리 (In Vibrant Hues, Their Voices Laid)’가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24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 세이 예지는 이민자 2세로 199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일 년간 머무르며, 한국 유학생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출신과 정체성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타지에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그 사이의 내면적 탐구를 시작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할머니는 부산의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셨고, 이모는 지금까지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새벽을 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세이 예지는 그들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모습, 전후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여러 정체성을 수용해 나가는 모습은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엄마’라는 단어 안에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다양한 의미들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동경과 존경심은 그녀의 작업의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 세이 예지는 한국을 방문할 때면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가 운영하셨던 해운대 시장에 종종 방문하곤 했다. “어머니는 식재료를 사러 가기도 했고, 목적 없이 시장을 산책하기도 좋아하셨다. 그곳에서 놀고 떡볶이를 먹던 기억들은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나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작가는 회고한다.

그녀의 대형 작품 “Call me by my name”은 5.6 x 2m 크기의 그림으로, 시장의 풍경을 통해 할머니에 대한 인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도쿄의 ‘The Loop Gallery’에서 같은 이름의 전시를 통해 한차례 선보인 바 있다. 부산 시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콜라주한 후, 오일과 목탄으로 작업한 이 그림은 시장의 생동감과 에너지를 오감으로 전한다. 각 가게마다 다른 백열전구의 빛의 차이, 그리고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포착해냈다. 작가는 “증기와 다채로운 빛으로 둘러싸인 시장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삶 그 자체의 강력한 표현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책임과 감정의 무게를 짊어진 조용한 결의는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세이 예지는 여성의 노동과 삶을 ‘소문자의 역사’에 비유한다.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은 경제적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며, 종종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 쉽다. 주목받지 못하고 평가절하되는 것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그러나 이들의 삶이 개인과 사회를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가는 이러한 여성들의 자취와 흔적을 표면 위로 끌어내며, 그들에게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낸다. 켜켜이 서린 지속적인 사랑과 헌신에 대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여성들의 숨겨진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 세이 예지의 작업이 지닌 깊이와 정체성의 탐구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로, 그녀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넘어 여성들이 지닌 삶의 에너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