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한때 ‘대세론’으로 주목받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에 대한 유권자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륜 부족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부부가 따로 성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도입 공약이 보수층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TV아사히가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새 자민당 총재로 적합하다고 답한 이들은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선두 그룹인 이시바 전 간사장이 31%,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15%를 기록했다. 이로써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또한, 같은 회사의 지난달 조사와 비교해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각각 4%, 6%포인트 상승한 반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3%포인트 하락했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14%에 머물며 이시바 전 간사장(26%)뿐만 아니라 다카이치 경제안보상(17%)에게도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자민당 지지층만 보면 다카이치 29%, 이시바 24%, 고이즈미 23%로 나타났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선거 시작 직후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경솔한 공약과 엉뚱한 발언으로 인해 지지 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선택적 부부별성제’다. 일본에서는 부부동성제가 기본이며 일반적으로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른다. 이를 각자 성을 쓸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제도가 ‘선택적 부부별성제’이며, 이는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보수층의 반대도 상당하다.
마이니치신문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내세웠던 공약이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층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가 되면 1년 내에 정부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당내에서도 “당의 보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노동 시장 개혁 발언과, 납북 피해자 문제에 대한 발언 등이 설익은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공허한 화법도 꼽힌다. 반복되는 비유와 의미 없는 표현들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으며, 과거의 엉뚱한 발언들도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지지율은 점차 추락하고 있으며, 그의 정치적 입지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