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이자 스포츠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과 북의 태권도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국의 WT(World Taekwondo)와 북한의 ITF(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는 어떻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을까? 그 역사를 살펴보고 차이점을 자세히 분석해 본다.
태권도의 기원과 남북한의 분화
태권도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에서 탄생한 무술로, 일본과 중국 무술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독립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태권도의 현대적인 의미를 정립하고 그 기반을 다진 인물은 육군 소장 출신인 최홍희였다. 그는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설하며 태권도의 국제적 보급에 앞장섰다.
그러나 1972년 당시 정권과의 갈등으로 최홍희는 캐나다로 망명했다. 이듬해 김운용을 주축으로 한국 정부는 세계태권도연맹(WTF, 현재 WT)을 설립했다. WT는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 나갔고,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자리매김하며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했다.
반면, 최홍희는 1980년 ITF 사범단과 함께 북한으로 건너가 태권도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은 1992년 ITF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를 개최하는 등 최홍희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ITF 태권도를 주도하게 됐다. 현재 일본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도 북한의 영향을 받아 ITF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남북한 태권도의 차이점: 용어, 기술, 경기 방식
남북한 태권도는 용어 사용에서부터 기술과 경기 방식까지 차이점을 보인다. 한국의 WT는 올림픽 스포츠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적 측면이 강조됐고, 북한의 ITF는 실전 무술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 있다.
1. 기술 및 용어 차이
WT 태권도에서는 기술을 ‘품새’라고 하고, ITF 태권도에서는 이를 ‘틀’이라고 부른다. 또한 WT에서는 ‘겨루기’라고 표현하는 반면, ITF에서는 ‘맞서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기술적인 차이도 뚜렷하다. 예를 들어, WT의 앞차기는 주로 발등으로 올려차는 방식이지만, ITF는 발 앞축으로 꽂아 차는 방식을 사용한다. 돌려차기에서도 WT는 무릎의 방향이 앞으로 나가면서 발등을 사용해 돌려차지만, ITF는 45도 각도로 상대방의 급소를 압축하는 듯한 동작을 보인다.
2. 경기 방식
WT 태권도는 스포츠로서의 규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듯이 머리와 몸통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주로 발기술 위주의 경기를 펼친다. 반면, ITF는 수련과 실전을 강조하여 스파링에서 얼굴을 가격하는 주먹 기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ITF에서는 손과 발에 글러브를 착용하며 머리보호대 대신 마우스피스를 사용해 실전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점수 체계에서도 차이가 있다. WT는 공격 기술에 따라 1점에서 5점까지 다양하게 점수를 부여하며, 각 공격의 대상과 기술에 중점을 둔다. 반면, ITF는 1점에서 3점까지의 포인트를 활용하며 공격의 대상과 종류에 따른 간소화된 채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3. 복장 및 장비
WT 태권도에서는 머리와 몸통에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경기의 안전성을 강조한다. 반면, ITF 태권도에서는 주먹과 발에 글러브를 착용하고 머리보호대 대신 마우스피스를 사용한다. 이러한 장비의 차이는 양측 태권도의 목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적 배경과 남북 태권도의 상징
ITF와 WT의 분화에는 역사적, 정치적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최홍희가 북한으로 넘어간 이후, 북한은 ITF를 통해 태권도를 널리 보급하고 김일성 부자의 업적으로 선전하며 태권도의 종주국임을 강조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북한은 대규모 태권도 전용 시설을 건립하고 태권도를 국가적인 상징으로 육성했다.
한편, 남한에서는 WT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세계적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됐고, 태권도는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남북한 태권도는 각자의 방식과 가치관으로 발전해 왔다.
교류와 통합을 위한 노력
2017년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ITF 태권도 시범단이 방한해 한국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이처럼 남북한 태권도는 서로 교류하며 통합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양대승 가천대 태권도 전공 교수는 “두 태권도가 협력한다면 태권도는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상생의 길을 강조했다.
북한 태권도 선수 출신 탈북민 채성민 씨도 한국 태권도 시범단의 발기술에 놀랐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양측의 태권도가 더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 남북 태권도의 통합과 협력이 이루어져, 태권도가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진 또 하나의 통일의 상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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