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G20에 화상으로 참석하는 기시다 총리 모습. 사진출처=일본총리관저 홈페이지
일본 국민들이 ‘대안없는 정치‘에 또다시 자민당의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방역 실책과 경기 침체, 아베·스가 정권의 불통 정치에도 4년 만에 치러진 일본 총선(중의원)에서 자민당에 과반이 넘는 표를 몰아준 것이다. 자민당보다 더 우파적인 일본 유신회가 의석수를 4배 가까이 늘리며, 제3당으로 약진한 것도, 일본의 보수화를 상징한다. 일본 선거가 악화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시다 ‘합격점‘…한일관계는 변화 없을 듯
1일 일본 총선(중의원)개표 결과, 총 465석 가운데 자민당은 과반(233석)을 넘어 261석을 차지했다. 261석은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준선으로, 일본 정가에서는 이를 ‘절대안정 다수‘라고 부른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신임을 받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정권 출범 27일 만에 ‘선거의 얼굴‘로 합격점을 받고,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이 얻은 32석을 합치면 293석이 된다. 개헌발의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310석)에는 못미치나, 당초 선거 전 자민당 단독과반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경제정책기조인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외교행보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참석을 필두로, 연내 방미 일정을 모색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이렇다할 변화가 있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기시다 총리는 징용, 위안부 문제에 있어 아베·스가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는 입장을 답습하고 있다. 이번에 첫 총선을 무난히 치름으로써 1차 시험대는 통과했지만, 2차시험대인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남아 있어, 한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 관계의 난제인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려면, 여론과 당내 반대를 누를 정도의 지지기반이 탄탄한 ‘강한 총리‘여야 가능하다. 우경화 행보로 치달았던 아베 정권 때 한일 위안부 합의가 타결된 것도, 아베 총리가 ‘강한 총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다만, 기시다 총리 자신이 외교에 강점이 있다고 여기는 만큼, 정상회담 자체를 거부했던 전임 스가요시히데 총리에 비해서는 대화와 소통에는 나설 것이란 시각도 많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한일, 한중 등 주변국과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시기를 놓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전했다.
■ 자민당 ‘야당 복‘…日야당, 이번에도 실패
예상을 뛰어넘는 자민당의 선전은 대안정치의 부재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입헌민주당을 포함해 5개 주요 야당은 전국 289개 지역구의 75%인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별 효과를거두지 못했다. 단일화에 참가한 5개 야당이 확보한 의석은 직전 중의원 해산 시점의 131석에서오히려 121석으로 10석 줄었다.
일본 야당은 9년 가까이 지속됐던 아베·스가 자민당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일본 야당은 전후 두 번, 짧게 정권을 잡았지만 국민들에게 성공기억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과정에서 간 나오토 민주당정권에 느꼈던 실망감은 여전히 일본 국민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자민당이 분배, 복지확대, 임금인상 등 야당의 아젠다를 대거 채택하면서, 일본 야당이 정책이나 공약만 가지고서는 차별화를꾀하기도 어려워진 것도 대안정치 부재로 이어졌다.
최근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0명 안팍으로 급감하면서, 방역대책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은 것도 자민당이 선전한 이유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야당의 단일화 연대에 동참하지 않고 제3세력을 표방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기존(11석)의 4배에 육박하는 41석을 확보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자민당이 잃은 의석수 일부가유신회로 흡수된 양상이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머릿속에는 언젠가는 개헌추진에 반대하고 있는 공명당이 아닌, 자민당보다 더 우파적인 일본 유신회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그림을 그려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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