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탄식을 흘린 것은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 아프가니스탄에 무려 8조원이 넘는 재건 비용을 쏟아부은 일본 외교도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아프가니스탄 지원에공적개발원조(ODA)등을 통해 총 69억 달러(약 8조1230억원)을 지원했다. 액수도 막대하지만, 아프가니스탄 부흥에 총대를 메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지난 2002년 미국, 유럽연합(EU)등이 모여 아프가니스탄 지원 회의를 열었을 때, 일본은 가장 많은 5억 달러(5880억원)지원을 약속했다. 2012년 도쿄에서 아프간 신정부와 공동 개최한 지원 회의에서는 참가국들이 총160억 달러(18조8280억원)의 가 넘는 지원금을 내도록 독려했었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져, 불과 지난해 11월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아프간 부흥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따라 추가 지원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며 지속적인 관여 의지를 나타냈었다.
지원금들은 아프가니스탄 경찰 육성, 치안, 농업, 산업 인프라 개발, 코로나19 대책 등에 사용돼 왔다. 일본은 아프간 부흥 지원뿐만 아니라 인도양에서 활동하는 미군의 대테러전 수행을 위해 미군함선에 급유 지원 활동도 벌였다. 민간 차원의 구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2019년에는 아프간 국경지대에서 구호에 평생을 바친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테츠 박사(73)가 무장괴한의 총격을받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20년 공든 탑은 단 며칠만에 무너졌다.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과 중국이 탈레반에접근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일본의 대중동 외교도 일시 혼란에 빠진 상태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아사히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모르겠다“며 “미증유의 대혼란“이라고 토로했다. 중동 7개국을 순방 중인 모테기 외무상은 전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향후 아프간 사태에 대한 대응 방식에 말을 아낀 채 “모든 당사자들에게 치안과 질서를 회복하고, 인명과 재산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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