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으로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고, 하나되는 코리아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단법인 원코리아. 1991년 일본으로 유학을 간 김희정 (사)원코리아 이사장은, 오사카에서 1985년부터 시작된 원코리아 페스티벌을 접하고, 재일 동포사회가 민단과 총련이라는 이념의 장벽으로 나뉘어진 안타까운 현실을 보며, 이러한 장벽을 ‘문화’의 힘으로 뛰어넘고자 원코리아 운동에 참여했다. 다음은 김희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원코리아 운동은 어떤 운동인가?
원코리아페스티벌은 일본에 살면서조차 하나가 되지 못하고 반목과 갈등을 겪고 있는 재일동포들이 자신들의 문제와 아픔을 문화 축제로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1985년에 오사카에서 시작한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운동입니다. 재일동포 2세, 3세들이 아시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일본시민들과 함께 시작한 순수한 무브먼트입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결코 쉽지 않은 운동이었으나 36년이 지난 지금도 원코리아페스티벌은 오사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코리아페스티벌을 만드시고 이끌어오신 정갑수 선생님과 뜻을 같이 하는 훌륭한 재일동포 관계자들에 의해서 맥이 이어지고 있지요.
한국에서도 원코리아는 2013년에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이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어 출범하였습니다, 영화 <코리아> 상영회, DMZ 페스티벌, 미국 애틀란타에서도 개최된 원코리아 온누리페스티벌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진행해 왔고, 2020년에는 <원코리아 in Asia> 라는 주제로 사회통합 공모전, 국제포럼 등을 주최했습니다.
– 원코리아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90년대 초 일본으로 유학을 갔던 저는 우연히 원코리아 페스티벌 행사를 알게 되었고 자원봉사로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어느덧 27년이란 세월을 이 원코리아 운동을 하고 있네요. 해외에서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애국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조국을 떠나 살고 있는 많은 재외국민들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지요.
저도 일본에 살면서 한반도의 아픔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코리안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며 내조국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참여하게 된 원코리아페스티벌의 정신과 취지에 공감하였고 자원봉사자로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요.
저는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이 서로의 문화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멋진 시민운동에 참여하여 젊음을 불태워보는 것도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일에 한 번 쯤 깊이 미쳐보자.” 라는 신념으로 원코리아페스티벌에 청춘을 바치다시피 했습니다.

– 원코리아 운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인임을 숨기고 살았던 재일동포 예술인들이 현장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히고, 한국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일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한국이름을 숨기고 활동해야 했던 재일동포 예술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원코리아 페스티벌은 그런분들에게 코리안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념으로 갈라져있던 동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아리랑’을 부르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한민족이 축제로 하나 되는 뜨거운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당시 국제적으로는 독일통일과 소련붕괴 등으로 인해 동서냉전의 벽이 무너지고, 한민족도 하나되는 염원이 커져가던 시기였죠. 또한 일본의 유명 예술가들, 시민들도 함께 이러한 축제의 장에 다문화 공생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노래하며 어우러지던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 한 때는 몇 만명이나 모이는 큰 규모의 원코리아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열악한 환경에서 큰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일손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습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벅차게 일을 하다가 너무 힘들 때는 정말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타국 땅에서 살고 있는 코리안이라는 이유로, 일본 땅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특히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심각하게 엉켜있는 장소이다 보니, 재일동포들끼리 서로 이쪽이냐 저쪽이냐 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려는 사람들이나, 자기들의 눈높이와 잣대로 함부로 평가하고 오해하는 말들로 인한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그것은 일본으로부터 차별을 받으며 오랫동안 견뎌내야 했던 재일동포들만이 가지고 있는 깊은 역사와 아픔이 아직도 그들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원코리아 운동을 지속해나간 이유는 무엇이었나?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좋은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위로와 격려를 통해서 다시 새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원코리아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인연을 맺기 어려웠을 수많은 귀한 분들과의 만남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대학원에서 ‘축제를 통한 재일코리안의 통합적 문화운동에 관한 연구(부제: 원코리아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논문을 쓰면서, 20년 시민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결코 그러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다시 자신을 다잡았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하자. 일본 땅에서 당당한 코리안으로 살자.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고 문화를 통해 화합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자.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을 위해서 나의 소명을 다하자”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 지난 원코리아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수상 소감을 부탁드린다.
너무 받고 싶은 상이었지만 정작 받고 보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과연 이 상을 받을 만큼 잘 한 것이 있는 것일까? 하는 마음에 한동안 상 받은 것을 혼자서만 조용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잘하라고 주신 상이라 생각하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함께 해준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
사단법인 원코리아는 국내외로 글로벌 코리언 문화공동체를 구축하고 해외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와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여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에 들어선 코리아는 이제 안과 밖으로 더욱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일관계가 우호적인 좋은 관계로 잘 진전될 수 있도록 시민 차원에서 노력하고자합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수상은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1운동 UN유네스코평화대상’을 수상하기 위해 내한했을 때 제가 수상의 통역을 하며 직접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일 양국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하토야마 전 수상은 “제일중요한 것이 민간 교류다. 한국의 한류, 특히 K-POP은 일본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한류를 통해 교류하면서 서로를 이해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처럼, 문화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나뉘어진 사회를 이어주고, 우리의 내면을 풍요롭게 합니다.
사단법인 원코리아는 앞으로도 문화를 통해, 갈라짐과 분열이 있는 곳에서 하나됨을 추구하고, 위로와 소망을 전달하는 ‘희망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해오면서 만나게 된 귀중한 인연들인 한민족 디아스포라와 다문화가정, 사회공헌 기업가들과 다음세대들이 함께 ‘문화’로 소통하며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들과 기회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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