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이냐, 진정이냐.’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일본 사회의 개인활동이 사실상 올스톱 됐다.
일본 정부는 향후 1~2주가 코로나19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는 이미 얼어붙었다. 전분기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일본 경제가 뒷걸음질 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열린 코로나 19 감염증 대책 본부 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전국적인 스포츠, 문화 이벤트는 대규모 감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앞으로 2주간은 각종 이벤트 등을 중단·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행사 주최 측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온 지금까지와 달리 정부 차원에서 행사
자제령을 내린 것이라며,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태세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각종 행사·모임도 속속 취소되는 모양새다. 백화점·상점 방문 및 철도 교통 이용도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역 내 학교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인근 지역의 감염자 미발생 학교까지 임시 휴교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통지를 전국 도도부현 교육위원회에 내려 보냈다. 이미 홋카이도는 초·중·고교에 대해 휴교령에 돌입했다. 트위터에선 학부모들이 여타 지역으로 휴교령을 확산시키자며 ‘휴교령’, ‘학교를 쉬게 하자’는 등의 해시태그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3월 8일 예정인 토익시험도 중단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한 기업들도 출근금지·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시세이도는 8000명 출근 금지를,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와 일본 최대 통신기업인 NTT계열사들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덴츠는 50대 남자 직원 1명의 감염이 확인되자 지난 25일부터 도쿄 본사 직원 5000명에 대해 출근 금지령을 내렸다.
바깥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내수도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의 전국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15% 감소했다. 방일 외국인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내국인 매출 역시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백화점협회 야마자키 시게키 전무는 이 신문에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전망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술집·레스토랑 등에서 2월 중순부터 취소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인 관광 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의 관광산업은 코로나 여파가 덮치며 이미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아이치현의 한 전통여관은 중국인 단체 손님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당분간 영업을 중지하기로 했다. 중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방일 여행객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의 이동 역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이달들어 지난 19일까지 이용자는 전년 동기대비 8% 줄었다.
도쿄도 타마시에 있는 테마파크도 임시 휴관에 들어갔으며, 도쿄마라톤·나고야 여성 마라톤 대회 역시 일반인 부문이 중지됐다.
내수 위축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10월~12월기(한국의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 1~3월기(1·4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도쿄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JP모건 사카가미 료타 수석은 “(당초 기대했던)일본 기업의 실적 확대 시나리오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저작권자(C)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