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닥을 찍은 반도체·차량·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수출이 올해 들어 소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7개 수출 주력업종의 2020년 수출전망 및 활성화 과제 간담회를 했다고 5일 밝혔다.
간담회에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반도체),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자동차),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조선), 한국철강협회(철강), 한국석유화학협회(석유화학), 한국전자정보통통신산업진흥회(무선통신기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디스플레이) 소속 정책담당 부서장들이 참석했다.
주력업종의 정책 담당자들은 올해 수출액을 2712억달러로, 전년 대비 2.16%(58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전년도 7개 수출주력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15.6%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2.16% 증가한다는 전망치는 기저효과에 의한 미미한 반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9%로 가장 큰 수출 증가를 보일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선박(7.0%), 자동차(3.9%) 순이었다.
반도체는 5G세대(G) 본격화와 시스템반도체 수출 증가로 인해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선박과 자동차 분야도 각각 액화천연가스(LNG) 업황 호조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 회복세 등이 수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전년에 비해 10% 가량 수출이 줄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화학(-3.1%), 철강(-5.0%), 무선통신기기(-6.4%) 등도 올해 수출이 줄어드는 업종에 꼽혔다. 정책 담당자들은 디스플레이의 경우엔 액정표시장치(LCD) 물량축소와 가격하락 등이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무선통신기기는 중국과의 경쟁심화, 철강은 글로벌 철강수요 둔화 등이 각각 수출 감소 원인으로 지적됐다.
국내 수출 산업의 반도체 편중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59%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선 올초부터 확산되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발생 초기 단계에서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업종별 수출 파급력을 정량적으로 계측하기 어려워서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 사태 장기화 시 수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에 공장을 둔 우리기업들의 부품공급 장애에 따른 생산차질은 물론, 중국 내수위축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경연도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이러한 수출전망치의 대폭적인 하향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7개 수출 주력업종의 반기별 수출전망은 상반기 수출액은 4.1% 감소하고, 하반기엔 9.1% 증가하는 상고하저 패턴으로 전망됐다. 수출활성화를 위한 기업 과제로는 △품질·디자인 향상 △수출품목·지역 다변화 △현지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이, 정부 차원에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완화노력 △수출신시장 개척지원 △수출확대 정보수집 및 기업제공 등이 꼽혔다.
파이낸셜뉴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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