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가부채 비율 237.5%로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2배 높아
돈·국채 무제한 발행 지지하는
극단적 ‘현대화폐이론’ 주장도
일본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대비 200%대를 넘어서면서 ‘태평양 전쟁 말기(1944년)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국가부채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나, 패전 직전수준이란 자극적 표현까지 등장한 건 대규모 양적완화를 골자로 한 7년에 걸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맞닿아있다. 아베 정권은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해가면서 2년 연속 100조엔(약 107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수준의 예산 편성에 나선 상태다.
17일 도쿄신문은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가 태평양 전쟁 말기와 비슷한 수준이 되고 있다며, 연이은 재정확대 속에서 거액의 채무가 어떻게 귀결될 지 아무도 답을 찾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전쟁·전시기의 금융시장’을 저술한 도쿄해상자산관리 히라야마 켄이치의 분석을 토대로 일본의 국가채무가 2018년도에 GDP대비 200%를 기록했다며 이는 204%였던 1944년 태평양전쟁 말기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채무 비율은 중앙 정부 외에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산하느냐 등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신문이 제시한 200%이상인 237.5%(올해 기준)이다. 전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같은 시기 기축통화국인 미국(106.7%)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의 국가 빚 증가는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복지재정 확대와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에 기인한다. 올해는 설상가상으로 세수 부족까지 더해졌다. 올해의 경우 약 100조원 예산의 40%정도가 국채 발행 등으로 충당하고, 60%정도인 62조5000억엔을 세수로 확보할 예정이었는데 일본 회계 연도 개시월인 4월부터 지난 10월까지 확보된 세수는 20조5842억엔(전년 동기대비 3.5% 감소)에 불과했다. 세계경제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법인세가 덜 걷힌 탓이다. 지난 5일 일본 각의(국무회의)를 통과한 경기부양을 위한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에 적자국채 2조엔 추가 발행이 포함된 것도 부족한 세수를 메꾸기 위한 방편이다.
내년엔 102조엔 후반대(약 1100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로 예산이 편성될 전망이다. 자연히 나라 빚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도쿄올림픽 이후 경기 하방을 막는다는 목적도 있지만 중의원 선거 승리를 겨냥한 선심성 돈풀기란 비판도 있다.
이렇게 날로 늘어가는 국가 빚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가.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전체 1136조9146억엔(올 6월 기준)의 일본의 국가 부채(국채 및 국고단기증권)의 88.2%가 일본 국내에서 소화됐으며, 외국정부 및 해외 기관이 인수 비율은 12.8%에 불과하다. 가장 큰 채권자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다. 일본은행은 494조918억엔(43.5%)란 막대한 일본 정부 채권을 들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일본 금융기관과 가계가 갖고 있다. 일본 내에선 정부가 발행한 부채를 일본은행이 그대로 인수하고 있어, 돈의 흐름이 ‘대차대조표’를 보는 것 같이 맞아떨어질 것이란 점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합정부’를 이루고 있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있다. 말하자면 남편이 돈을 쓰면 부인이 갚는 ‘가정 내 빚’이란 얘기다. ‘이론적으로는’ 일본은행만 눈감아 준다면 빚 청산도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일본의 높은 국가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런 시각의 ‘극단’에 선 주장이 “돈이나 국채를 계속 찍어내도 괜찮다”는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이다. 최근 한국의 여의도 정치와 비견되는 나카타초(일본 국회 소재지)를 중심으로 경제학계의 ‘이단’이라 일컬어지는 이 MMT를 일본에서 실험해 봄직 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소수이나, 이단적 화폐이론에 까지 눈길을 주고 있는 건 국가부채는 출구없는 증가하고 있는데, 7년에 걸친 아베노믹스에도 물가상승률이 연 2%에 이르지 못하는 일본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일본의 높은 국가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런 시각의 ‘극단’에 선 주장이 “돈이나 국채를 계속 찍어내도 괜찮다”는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이다. 최근 한국의 여의도 정치와 비견되는 나카타초(일본 국회 소재지)를 중심으로 경제학계의 ‘이단’이라 일컬어지는 이 MMT를 일본에서 실험해 봄직 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소수이나, 이단적 화폐이론에 까지 눈길을 주고 있는 건 국가부채는 출구없는 증가하고 있는데, 7년에 걸친 아베노믹스에도 물가상승률이 연 2%에 이르지 못하는 일본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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