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꼭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행 조사국 분석 결과, 미•중 무역 분쟁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정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 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을 두 가지로 나눠서 분석했다. 먼저 △미•중 양국간 관세 부과로 위축된 우리 중간재 수출 △미•중의 내수 둔화로 줄어든 우리 수출을 직접적 영향으로 분류했다. 한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축된 투자, 소비 등은 간접적 영향으로 간주했다. 추산 결과, 두 요인 모두 각각 우리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씩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떨어뜨린 결정적 이유가 됐다. 지난해 2.7%였던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 2.0~2.1%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2.1%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식 발표한 수치다. 예상 하락폭인 0.6~0.7%포인트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에 원인을 둔 0.4%포인트는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자꾸 정부가 외부 탓을 한다고 하지만, 올해 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이 대외요인 악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당사국이 아닌) 제법 큰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미국은 0.3%포인트, 중국은 1.0%포인트, 유럽 지역은 0.2%포인트 경제성장률 하락효과가 나타났다. 이 총재는 “우리 총 수출의 40%를 미국, 중국이 차지한다”며 “워낙 수출 비중이 크다보니까 두 나라간 분쟁에 우리가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도 한국을 세계적 무역 긴장으로 가장 고통 받는 국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이 국장은 “수출, 투자,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무역 긴장이 확산됨에 따라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미•중 무역 갈등이 다소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하락한 만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미•중 분쟁 상황이 좀 나아진다고 내년에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중국이 상호간에 취했던 여러 관세 부과 조치가 내년에도 계속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에 계속 부담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 워싱턴DC(미국)=권승현 기자 저작권자(C)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