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무역마찰, 한일갈등으로 수주산업 악화
엔고 흐름으로 수출경기 타격
10월 소비세율 인상으로 소비절벽 우려
규슈, 오키나와 8월 체감경기 악화
지난 8월 일본 제조업 체감경기가 8년 전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제조업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마찰, 한·일 갈등으로 인한 반도체 등 수주산업 부진에 엔고 흐름, 10월 소비세 인상(8→10%)등 일본 경제에 발목을 잡는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8월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전월보다 2.5포인트 내려간 38.8을 나타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5월(36.3)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제조업체들이 동일본 대지진 직후 만큼이나 경기 상황이 안좋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체기업활동 지수도 41.7로 전월보다 1.1포인트 내려갔다.
미·중 무역마찰 장기화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가운데, 최근 한·일 갈등이 경제분야 파급되면서 반도체 등 수주산업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최근 수년간 일본 경제를 지탱해 온 엔저가 이번엔 엔고로 방향을 틀면서 수출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달러당 112엔대까지 갔던 엔은 이날 현재 오후 2시30분 현재 달러당 107.30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미·중 맞불관세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당 104~105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각에선 엔 가치가 연말 100엔대까지 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현 경기 상황에 대해 “회복에 약한 움직임이 보여진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해 “소비세율 인상, 해외 정세 등에 대한 우려가 엿보인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소비 역시 불안하다. 가계체감지수는 7월 대비 2.8상승한 42.8을 기록했으나, 3~6월 평균(44.15)수준을 회복하진 못한 상태다.
10월 소비세율 인상이 최대 고비다. 9월까지는 사재기 심리가 커져 일시적으로 지표가 반짝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나, 10월부터는 소비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MBC닛코증권의 미야마에 코야 수석재정분석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소매업자 등에서 증세 후 소비 침체가 계속될 것이란 경계감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오키나와와 규슈 등 관광지의 체감 경기는 급속히 악화된 상태다. 지난 3월 규슈지역의 경기체감지수는 46.4였으나 8월엔 39.7로 낙하했다. 오키나와도 같은 기간 55.3에서 42.3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전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한·일 갈등으로 한국 관광객의 일본 여행 불매운동 여파로 현지 지역경제에 적지않은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세율 인상이 더해질 경우, 지역체감경기는 더욱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기동향조사는 매월 25일부터 월말까지 경기 민감 업종에 속하는 기업 경영자나 현장 담당자 2000명을 대상으로 경기 상황·인식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체감경기를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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