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저금리•경기둔화 ‘타격’
12곳 수익 768억달러 11% 감소
주식부문 큰 충격 전년比 17% ↓
UBS 등 대규모 구조조정 잇따라
미국과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죽을 쑤고 있다. 무역전쟁부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란 긴장 등 지정학적 긴장에 초저금리, 세계 경기둔화 등 온갖 악재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형 투자은행 수익은 올 상반기 1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하반기에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투자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4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시장정보 제공업체 코얼리션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코얼리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12개 대형 미•유럽 투자은행들의 수익은 768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1% 감소했다. 2006년 상반기 이후 1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은행들의 저조한 2•4분기 실적에서 이미 실적악화는 예고된 바 있다.
모간스탠리의 경우 채권부문 수익이 18% 줄었다고 밝혔고, 현재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주식중개 부문을 폐쇄하고 있는 도이체방크는 주식부문에서 32% 수익 감소를 공개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투자은행들이 가장 큰 타격을 보고 있는 부문은 주식이다. 12개 투자은행의 주식 부문 수익은 전년동기비 17% 급감했다.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거래 등 거래 중개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규제강화도 주식부문을 어렵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유럽이 Mifid II(금융상품투자지침 2)를 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함에 따라 주식부문 수익이 더 줄었다. 이때문에 도이체방크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은행들도 주식거래•중개 부문을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에 넘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는 채권 부문에 타격을 줬다. 고정수익자산, 상품거래 부문은 상반기 수익이 9% 감소했다. 또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자본시장 등 투자은행 부문 수익 역시 8% 줄었다.
3•4분기 들어서도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고 있고, ECB는 추가 인하를 예고한 상태인데다 무역전쟁은 심화하고 있고, 세계 경기둔화세는 미국으로까지 번질 기세여서 은행들의 어려움은 가중되면 됐지 완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오터너머스의 은행 부문 애널리스트 크리스티안 볼루에 따르면 주식거래 물량은 미국의 경우 5% 증가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두자리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채권물량은 전세계적으로 전년동기비 6% 증가한 반면 채권 가격 상승세로 투자은행들의 보유 채권 평가액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때문에 투자은행들의 수익 역시 11%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미국 은행들에 비해 덩치가 작은 유럽 투자은행들의 충격이 크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필요자본 기준은 높아지고 있고, 시스템 디지털화와 마이너스 금리 등으로 어디 기댈 곳이 없다. 유럽 은행주는 2016년 이후 매년 두자리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허리띠 졸라매기, 대규모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양대 은행인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럴(SG)이 8억5000만유로 비용절감과 수천명 감원을 추진 중이고, 스위스 UBS는 이날 수백명 감원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투자은행 부문을 급격히 줄이라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은행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씨티그룹은 증권 거래 부문 직원 수백명 감원에 나섰고, 골드만삭스는 채권 거래부문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며 투자자들을 달래고 있다.
한편 코얼리션은 올해 투자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16년 9.5%에서 올해 평균 6.7%로 하락하고, 운영마진은 4년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뉴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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