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日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9~10건의 경고 메시지 내놔
日, 정치문제로 경제보복 가했단비판에서 한발 물러서기 위해 아베총리 대신 관료 나서는 것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이래 언론에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대략 9~10건에 달한다.
대략 사나흘에 한 번씩 일본 관련 ‘작심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발언 형식도 대부분 대국민담화나 회의 모두발언 등 ‘자발적’ 발신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6일 현재까지 아베 총리의 한국 관련 메시지는 대략 4건(일본 언론보도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담화나 연설이 아닌,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였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문 대통령이 대일 메시지 발신에 주력하고 있다면 아베 총리는 한국 관련 메시지 자체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일 갈등에 임하는 두 정상이 메시지 관리를 둘러싼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정상 메시지 비대칭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킬지에 관한 신뢰의 문제다.” 6일 아베 총리가 무려 보름 만에 내놓은 한•일 관계에 대한 발언이다. 발언 자체도 히로시마 원폭투하 74주년 행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가 한•일 관계에 관해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소극적 형태의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메시지의 내용도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와 “신뢰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보름 전 발언의 반복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 “이순신 장군,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7월 12일), “모두 힘 합쳐야 할 엄중한 상황이다”(7월 24일), “한국 경제를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8월 2일) 등과 같은 ‘대내 결집용’이자 일본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日관료들의 잇따른 무례…왜
소위 ‘경제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아베 총리의 한국 관련 메시지는 극도로 적은 편인데 상대적으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라든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고노 다로 외무상,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상 등 정치인 출신 관료들의 언론플레이가 두드러졌다. 아베 총리가 각료들 뒤로 빠지면서 이들이 상대국 정상인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저격하는 외교결례를 자행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대화의 문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자 △현재의 우세한 상황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략 △의도적 ‘격’ 낮추기로 분석된다.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 논의가 안될 것이다”(7월 21일 참의원선거 승리 직후 아베 총리). 정상회담을 하려면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그달 29일 일본총리관저 측에서 극우매체인 산케이신문을 통해 “징용문제 해결 없이는 (하반기 다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을 것”이란 총리의 의중을 다시 한번 흘림으로써 한•일 정상회담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지금 국면에서 칼자루를 쥔 건 일본이다.
아베 총리가 직접 이 문제에 나서면 나설수록 자유무역 기조 위에 성장한 일본이 정치문제로 경제보복을 가했다는 비판에 말려들게 될 수밖에 없다. 정상 간 메시지의 비대칭은 자연히 외교적 결례와 격 낮추기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3일 지일파로 분류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이 넘어선 안되는 선을 넘었다”며 메시지전에 뒤늦게 가세했지만 이미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진 다음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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