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접 중재 가능성 낮고..나서더라도 ‘대가’ 요구할 듯
폼페이오-강경화-고노..형식적 만남 그칠 가능성 커져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간소화 대상국) 제외 결정을 하루 앞둔 1일 한일 의회외교는 ‘문전박대’의 상처만 남긴 채 단절 기로에 섰고,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강대강’으로 치달았다.
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일본 정부 각의는 2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현재로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상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인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위성방송 BS-TBS에 출연, ‘100%’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아베 총리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 ‘우군’도 사라진 상태다. 아베 총리를 설득할 키맨으로 여져졌던 ‘지한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당내 2인자)은 서청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 방일의원단과 면담을 최종 거부했다. 방일의원단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한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니카이 간사장의 면담거절 사태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아베 총리가) 자민당에 ‘함구령’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자민당 내에서 2인자(인 니카이 간사장)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아베 총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의 중재는 지금으로선 미온적이다. 일본 각의 당일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주선으로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장 한쪽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예정이나 시간 순서상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결정될 각의가 먼저 개최돼 사실상 뒷북 중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이란 역사문제이기 때문에 한일 양자 간 협의가 우선되지 않는 한 미국의 개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재 의지와 강도가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 이하일 것이란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아베 총리가 입장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설 가능성 역시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만일 나선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에 해당하는 ‘중재 대가’를 쥐여줘야 할 것이란 얘기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아직은 한일 양자 관계에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일 외교장관 간 3자 회동도 형식적 중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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