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청와대
7월 내내 한일 무역 갈등을 지켜봤던 미국이 본격적으로 양자간 화해를 주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중재설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으며 미국 역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개입할 의지가 있는 지 의심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7월 30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일단 분쟁을 멈추는 합의에 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분쟁 중지 협정’을 맺으라는 것인데 원인이 되는 갈등은 나중에 풀고 우선 협상 기간 중에 분쟁을 멈춰 더 많은 협상 기간을 확보하자는 의견이다.
■방콕에서 한미일 만나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7월 23일부터 사흘간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 및 업계 인사들을 만난 점을 지적했다. 통신은 이어 일본 관리들도 이번주 미 정부와 접촉해 입장 설명에 나섰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유 본부장이 방미 당시 8월 1일부터 시작되는 미국과 일본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거론하며 한일 갈등을 협상 테이블에 포함시켜 달라고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유 본부장은 7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양측을 중재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7월 30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향하던 그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ARF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나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날 것이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을 함께 만나서 그들이 나아갈 길을 찾도록 장려하겠다. 우리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측이 모두 북한 비핵화 노력에 일조하고 있으며 미국에게 중요한 파트너들이라고 덧붙였다. 같은날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전 부대표는 블룸버그를 통해 “미 정부가 마침내 개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분쟁 중치 조치는 갈등 완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서로 말 달라, 진정성 의심
그러나 미국이 진지하게 양국 갈등을 중재할 의지가 있는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7월 3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분쟁 중지 협정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보도된 내용은 알고 있지만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일 관계는 한국측에서 부정적인 움직임을 계속 보이면서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지만, 일본은 일관된 입장에 따라 계속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스가 장관은 “미국에는 일본의 입장을 누차 전달하고 평소에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이 일본의 입장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로스 장관 역시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워싱턴DC에서 일본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며 “한국과 미국, 일본이 자유로운 무역을 촉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두 나라 사이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지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 이후 7월 19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갈등에 개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문제에 개입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만약 양측이 모두 날 원하면 개입하겠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계속 해야 하는 일거리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양쪽이 날 원한다면 개입하겠다. 한일이 합의하길 바라지만 둘 사이에는 긴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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