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나 유통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차익거래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으실 것이다. 두지역 또는 그 이상의 지역사이에서, 제도나 법률의 차이, 가치인식의 차이, 또는 정보전달의 시간차이가 존재하여, 이를 이용하여 거래를 할 경우 논리적으로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의 거래방식이다. 금융권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유통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수십년전 한국의 상인이 지방의 도예공방에서 도자기들을 아주 싼 가격에 구입한 후, 이를 일본에 가져다 수십배의 가격에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제력이 약하고 유통망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한국의 지방의 공방에는 받아들일만한 매입 가격이었고, 일본의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의 한국의 도자기를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구입했으며, 이를 연결한 상인은 생각과 실행의 대가를 잘 받았으니 좋은 거래였다할 것이다.
요즘은 차익거래의 여지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며 동일한상품에 대한 가치 인식의 차이가 줄어 들었다. 재일교포 분들로부터, 예전에는 소의 일부 부위들은 일본에서 잘 먹지 않아서 매우 싸게 구할 수 있었는데, 수요가 인식되며 가격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과 문화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와 같은 상품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차익거래가 존재하려면 통상적인 상품에 대해서도 시장에 따라 적게라도 가격의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정보 전달의 시간 차이가 많이 줄어들면서 가격 차이도 줄어들었다. 극단적인 경우가 금융거래로, 참가자가 많아지고 거래시세가 거의 실시간으로 시장에 공유되면서 정보 차이를 이용한 차익 실현의 난이도가 극히 높아졌다.
그럼에도, 달라진 형태의 차익거래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보 공유의 속도가 빨라진 것과 더불어, 정보량이 많아지면서, 이 정보를 이용한 분석으로 차익거래 기회를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정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수집과 분석이 용이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다.
e-커머스 사이트에는, 동일한 상품이 사이트별로, 심지어 동일한 사이트에서도 가격정책의 차이, 경쟁 등에 의해 판매자 별로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은이익의 차이가 크지 않아 사업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많고, 배송비 등에 의해 원가 구조가 변하는 경우가 많으며, 해외 거래인 경우, 환율의 변동에 따라 거래의 가치가 변동한다. 여기에 정보기술을 이용한 대규모 데이터 처리 및 분석의 역할이 있다. 의미 있는 규모의 차익을 최종적으로 낼 수 있는 거래를 발견하는 것이 핵심인데,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데이터 수집과 분석, 그리고 반복적 작업의 효율을 높여주는 자동화가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업과 투자의 기회가 열린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이런 차익거래의 새로운 예로서 알려졌다. 디지털 재화이면서도 실시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국가별 환율에 의한 가격 차이도 즉시 적용되지 않아, ‘김치 프리미엄’등의 차익거래 가능성이 일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콘텐츠 등 물리적 상품이 없는 서비스는, 서비스의 활용 여지가 국가별 정책적 장벽 또는 네트워크 망의 차단에 의해 제약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를 포함하여, 국가별 법률 차이를 이용하는 것은 사업상의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타국과 다른 법률/세무정책들은 글로벌화를 거치며 조정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기존에 흔하지 않았던 형태의 사업을 전개하는 데는 각국의 당국과의 법률 해석상의 다툼의 여지도 있을 것이다.
상거래를 위한 복잡한 분석을 분석 인프라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가치의교환 및 이전에서 새시대를 열 것이고, 특히 국가간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완성하는 것은 기존 사업에서의 경험과 노하우, 실행력, 그리고 사업에 대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김범석
-사단법인 한일디지털콘텐츠협회장
-크래프톤 데이터분석실장
-본엔젤스 벤처 파트너스 일본컨트리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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