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짙어가는 5월의 어느 날, 서울의 한 요리 강의실. 여느 때라면 칼질 소리와 조리 기구 부딪히는 소리로 활기찼을 이곳에 가수 김진호의 노래 <가족사진>이 나직이 흐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자,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에 열중하던 학생들은 하나둘 손길을 멈췄다. 강의실은 이내 고요해졌고, 학생들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박현자 요리연구가가 운영하는 이번 요리 교실은 낯선 타국 땅에서 꿈을 향해 정진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자리였다. 한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마음 한구석에 깊어지는 부모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노래 한 곡을 통해 터져 나온 것이다.
나라는 꽃 한 송이를 온전히 피워내기 위해 스스로 기꺼이 거름이 되어주었던 부모님의 세월. 그 묵직한 헌신을 떠올리는 순간, 국경도 언어의 장벽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가사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조차 선율에 담긴 진심을 느낀 듯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각자의 마음속에 묻어둔 얼굴들을 떠올렸다.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언어에는 번역이 필요 없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갓 지은 밥의 온기 속에는 감사를 담았고, 정갈하게 담긴 반찬마다 사랑을 채워 넣었다. 이날 학생들이 만든 것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멀리 계신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절절한 ‘마음의 기록’이었다.



수업을 진행한 박현자 요리연구가는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보듬었던 이 따뜻한 시간이 학생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지지 않는 꽃처럼 남기를 바란다”며 소회를 전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5월의 요리 강의실에 모인 이들은 도시락을 통해 가슴 깊이 새겼다. 타국에서 피워낸 감사의 꽃향기가 이들의 정성 어린 도시락을 타고 고향의 부모님께 닿기를 기대해 본다.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