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아니라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2025년 12월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도급업체 A사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급업체 근로자가 2023년 3월 경기 이천시 창고시설 신축 공사 현장에서 고소작업대 이동 중 협착돼 사망한 사고와 관련된 사건이다.
검찰은 고소작업대 안전운행 경로 미작성, 이동 통로 장애물 미확인 등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 소홀을 지적하며, 대표이사가 반기 1회 이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업무 수행을 평가·관리하고 협력업체 도급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안전보건 업무가 대표이사로부터 전적으로 위임돼 있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전결권이 CSO에게 부여된 경우 대표이사는 면책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CSO가 안전·보건 경영 전반에 대한 전결권을 행사했고, 공소사실과 직결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업무 수행 및 협력업체 도급 점검 역시 CSO의 전결 사항으로 확인된 점을 들어 CSO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 조문에서 정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또는’은 선택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 업무를 사업 총괄 수준으로 담당하는 CSO가 존재하는 경우 대표이사가 아닌 CSO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판결은 판단 근거로 A사가 2022년 안전·환경·품질을 담당하는 SEQ실을 신설해 안전·보건 업무를 이관하고 실장을 CSO로 선임한 점, 대표이사의 건설업 경력이 짧은 반면 CSO가 30년의 현장 경험을 보유한 점, CSO가 사내이사로서 임원 지위를 가진 점,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점 등을 들었다. 다만 중대재해와 직접 관련된 사안에서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여전히 대표이사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CSO를 법상 경영책임자로 인정한 첫 사례로,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다만 항소심에서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기업들에는 안전·보건 전담 조직의 독립적 설치, 전문성을 갖춘 CSO의 사내이사 선임, 전결권 부여 등 거버넌스 설계가 대표이사의 형사 책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동시에 중대재해 발생 시 최종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 행사 실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