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관세 협상이 교착을 겪으면서 환율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넉 달 만에 1410원대를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고 공개 발언한 여파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기대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결국 한국의 우려를 일축한 듯한 모습이 외환시장에 불안을 키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규모 지분투자가 한국 경제 여건상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억하는 국민들도 “터무니없는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제조업 투자국이자 주요 무역상대국으로, 경제 불안은 미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협상 중단이라는 선택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무리한 요구 수용을 피하면서도, 설득과 외교적 해법을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 B 마련도 필요하다.
트럼프식 강압 정책은 단기적 성과를 노린 정치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관세와 투자 압박은 미국 내 제조업 회복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미국 내부에서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은 당장의 시장 불안에 휘둘리기보다 냉정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