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에 발급되는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약 1,000달러에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사실상 100배 인상 조치로, 현지 기업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기업들이 외국 인력보다 자국 인재를 채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H-1B 인력을 대거 활용하는 글로벌 IT 대기업이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 기업의 경우 주재원용 L-1, 투자자용 E-2 비자를 주로 사용하고, 단기 프로젝트에서는 B-1 또는 ESTA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한 사건 이후 비자 제도 전반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산업계 관계자들은 “비자 제도 개선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자칫하면 미국 내 사업 전망이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 내 인재 확보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행 통로가 좁아지면 AI·바이오·반도체 등 전략 기술 분야 고급 인력이 국내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4~2023년) 미국이 발급한 H-1B 비자 가운데 한국인 비율은 약 1%로, 매년 2,000명 규모가 유출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문제에서도 자국 이익을 철저히 챙기겠다는 방침을 드러내면서, 향후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불리한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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