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기대작들의 연이은 흥행 참패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가 맞물리며 관객 감소가 극심해진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CGV는 최근 북수원점, 송파점, 연수역점, 창원점, 광주터미널점, 청주율량점 등 직영점과 성남모란점, 정왕점, 천안시청점 등 위탁 지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올해 들어서만 12곳이 폐점했고, 연내 추가 폐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2분기 CGV는 국내 영화 사업에서 173억 원 적자를 냈다. 관객 수 역시 같은 기간 1000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1561만 명 대비 36% 급감했다. 메가박스도 같은 기간 8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마동석 주연의 1000만 기대작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관객 77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200만 명)에 크게 못 미쳤다. 300억 원 제작비가 투입된 ‘전지적 독자 시점’도 누적 106만 명에 머물렀고, ‘악마가 이사왔다’는 42만 명 수준으로 참패했다. 올 들어 흥행에 성공한 한국 영화는 500만 관객을 돌파한 ‘좀비딸’과 ‘야당’ 정도다.
OTT의 약진은 극장 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관객 수는 약 4250만 명으로, 연간 기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1억 명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OTT 월 구독료가 영화 한 편 티켓 값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영화관을 찾을 경우 관람료와 간식비까지 1인당 평균 3만 원이 드는 현실도 관객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9일부터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188만 장을 추가 배포하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관람료 인상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심폐소생술 수준의 근본적 대책이 없다면 영화 산업이 붕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