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명이 비자 문제로 집단 구금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첨단 제조업 육성을 내세운 미국 시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이민 단속 강화가 겹치면서 “차라리 관세를 내고 수출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올해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기지 투자를 잇따라 발표했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총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기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확대 투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보조금 지원 약속이 뒤집히고, 이민 단속까지 강화되자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공장 건설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인건비는 비싸면서 숙련 노동력은 부족해, 현지 대학과 연계한 인력 양성까지 새로 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10년간 운영하는 비용은 한국보다 28% 더 높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시에 짓는 반도체 공장도 당초 예상보다 47% 늘어난 250억달러(약 34조7500억원)로 불어난 바 있다.
이런 비용 압박은 철강 등 원자재 고율 관세와 인플레이션으로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내걸었던 보조금 정책은 트럼프 2기 들어 축소·폐지로 바뀌었고, 투자 기업의 지분 확보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비자 발급 제한과 현장 단속 강화로, 현대차-LG 공장 직원 구금 사태처럼 국제적 파장이 큰 사건까지 터졌다.
국내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건 적자보다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국 시장에서는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