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간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한미 간 예정됐던 ‘2+2 관세 협상’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돌발 일정으로 인해 전격 취소됐다. 베선트 장관의 긴급 일정 배경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유럽연합(EU)과도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한미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공지를 통해 “25일로 예정된 한미 2+2 협상은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일정 때문에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며 “미국 측이 조속한 시일 내 협상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전했고, 양국은 가능한 빨리 새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구 부총리는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협상 연기 소식을 전해받았다. 현재 미국 현지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 본부장이 체류 중이다. 기재부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의 미국 내 다른 협의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 연기의 직접적인 이유인 베선트 장관의 긴급 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미측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 스코틀랜드 방문에 베선트 장관이 동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음 주 내 한미 협상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직후 다음 협상 대상으로 EU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한미 협상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서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며 “현재 EU와 진지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고, EU가 미국 기업에 문호를 개방할 경우 관세를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이 EU와의 협상에 집중하면서 한국과의 협상이 상대적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오는 8월 1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 유예 조치의 종료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미국 측의 돌발적인 일정 변경과 EU 협상 추진이 겹치면서 협상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미측과 협상을 서둘러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협상 일정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