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새로운 정신적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가 7일(현지시간)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한 이후 12년 만에 개최된 이번 콘클라베에는 세계 5개 대륙 70개국에서 모인 추기경 133명이 참석한다. 당초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은 135명이었으나 케냐의 존 은주에 추기경과 스페인의 안토니오 카니자레스 로베라 추기경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인원이 축소됐다. 교황 선출 투표권은 사도좌(교황직)가 공석이 된 날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주어진다.
콘클라베는 최소 89명(전체 3분의 2)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나올 때까지 비밀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날인 7일 오후 4시 30분에 1차 투표를 실시하고, 이후 매일 오전과 오후에 최대 네 차례씩 투표를 반복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 굴뚝의 연기 색깔로 전달되는데, 흰 연기가 나오면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이고, 검은 연기는 투표 실패를 의미한다.
새 교황이 결정되면 추기경단 단장이 당선자에게 교황직 수락 여부와 교황명을 묻는다. 이어 수석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선언하며 전 세계에 결과를 알린다. 이후 새 교황은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군중과 전 세계를 향해 첫 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상에)’를 내린다.
콘클라베 기간 중 철통 보안도 철저히 유지된다. 추기경들은 숙소와 투표장 간의 이동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며 휴대전화, 인터넷, 신문 열람 등이 전면 금지된다. 바티칸은 투표 시작 전부터 통신 신호를 차단하고, 시스티나 성당 내 도청장치 및 촬영 장비 설치 여부를 철저히 점검했다.
이번 콘클라베의 추기경 133명 중 약 80%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이들로, 현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보수 성향 추기경들도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할 전망이어서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직전까지 총회를 열어 교회의 당면 과제와 새 교황이 갖춰야 할 자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추기경들이 돌아가며 실시한 ‘3분 발언’은 사실상의 비공식 유세로 평가되며, 유력 후보가 아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당시 이 발언으로 결정적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번에 선출될 새 교황은 기후위기, 난민 문제, 전쟁, 글로벌 정치 양극화 등의 현안에 직면한 가톨릭교회의 미래 노선을 결정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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