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 빌딩 5층 대회의실에서 제11회 유미과학문화재단(이사장 송만호)의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과학철학의 대가로 꼽히는 서울시립대학교 이중원 교수의 과학문화상 수상, 서울대학교 학부대학 신설 계획 발표, 새로운 융합교재『융합지성사』출간 소개 등으로 교육계와 과학기술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유미과학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중원 교수(서울시립대)는 과학철학과 과학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아온 전문가다. 나노기술·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사회적 문제들을 조망해온 그는 “학문적 경계를 허무는 연구로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과 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에서는 상패와 함께 부상 3,000만 원이 수여됐다.
수상 소감을 전한 이 교수는 “과학철학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의 토대”라며 “앞으로도 과학기술이 인류 공동체에 의미 있는 가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 특별행사에서는 노유선 서울대 학부대학 학장이 연단에 올라 신설 학부대학의 비전과 교육 혁신 방향을 소개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학부대학’을 설립하며, “초학제적 융합교육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노 학장은 “전통적으로 분절된 학과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기 위해 ‘베리타스 강좌’ 등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했다”라며 “교수 3명이 한 팀을 이뤄 토론 중심으로 진행하는 형태로, 창의적 사고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직 국내에 융합 교육에 적합한 교재와 전문교수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현실을 언급하며, “학부대학 차원에서 교재 개발비와 강좌 운영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조기에 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재단 이사장 송만호 씨는 새로운 융합교재 『융합지성사』(공동저자: 송만호·안중호·홍기빈·이은수, 바다출판사)가 4월 중 출간됐다고 전하며 “5천년 인류 지성사를 철학·종교·역사·정치·경제 그리고 과학의 시각에서 연결해본 책으로, 초학제적 융합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철학과 이은수 교수는 “학부대학의 ‘지성의 확장’ 강좌에서 2학기부터 본 교재를 활용할 예정”이라며 “현대 과학의 관점으로 서양철학과 종교, 역사, 정치·경제의 전개 과정을 재해석해보려 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융합지성사』는 전작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송만호·안중호 공저)와 마찬가지로 고교 ‘인정교과서’ 등록도 추진 중이다. 이미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는 서울시교육청에 교과서로 등록된 뒤 서울 하나고등학교 등 전국 6개 고교에서 정규수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여러 대학교 교양강좌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우수과학도서로 리사 펠드먼 배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 뽑혀 전국 1,000여 개 고등학교에 무료로 배포됐다. 심사단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 간 융합을 시도하여 인간 본질과 사회적 연결성을 탐구하고, 윤리적 통찰과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책”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독서지도상 부문에서는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한 하나고등학교 정형식 교사를 비롯해 특허청장상 수상자로 경북 영동고의 허수진 교사, 충남 부여여중의 신현식 교사가 각각 선정돼 교육현장에서의 독서 활동 사례와 수업 노하우를 공유했다.
시상식 서두에 진행된 송만호 이사장의 인사말도 주목을 받았다. 송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융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예산과 인프라 부족으로 크게 확산하지 못했다”며 “서울대가 신설 학부대학을 통해 초학제적 융합교육을 실현하려는 비전을 확고히 하고,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울대는 국내 대표 대학인 만큼 다른 대학이나 고등학교와 협력해 개발 교재나 강의 내용을 공유해주면 좋겠다”며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서도 융합 교재와 교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이번에 출간된 『융합지성사』가 향후 고교 ‘인정교과서’로 등록될 수 있도록 여러 고등학교에서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이와 같은 교재 개발과 대학·고교 간 연계가 활성화되면 미래 교육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행사는 개회식에 이어 정운찬 전 국무총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조율래 전 창의재단 이사장, 서을수 특허청 심판원장, 노유선 서울대 학부대학 학장 등 약 40여 명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축사와 시상이 진행됐다. 수상자 대표 인사 후에는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를 지도한 하나고등학교 정형식 교사의 소감 발표, 서울대 철학과 25학번 김현우 학생의 학습 체험담 등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폐회와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모든 공식 일정이 종료됐다. 이번 행사는 과학문화와 융합교육의 결합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되새기며, 교육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 미래 비전을 그려보는 기회로 자리매김했다.

유미과학문화재단 관계자는 “본 시상식 내용과 자세한 자료는 재단 홈페이지(www.youmeacademy.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과학·인문 융합을 적극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혁신을 향해 가는 국내 현장에서, ‘초학제적 융합교육’이 얼마나 뿌리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