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6개월간 이어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최윤범 회장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대주주 ㈜영풍이 연합해 경영권을 노렸으나, 최 회장 측은 상호출자 규제와 법적 대응을 통해 방어에 성공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아연, 납, 구리, 인듐, 니켈 등을 추출하며,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주력 사업 외에도 이차전지 전구체, 도시광산, 재생에너지 분야 등 신사업에도 과감히 투자해왔다.
이번 분쟁은 바로 이 같은 ‘공격적 투자’가 단초였다. MBK·영풍 측은 과도한 투자가 주주 환원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했고,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이후 양측이 공개매수가를 경쟁적으로 상향 조정하자 주가는 일시적으로 200만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자금 공급의 장이 아닌 단기 차익 실현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 이후에도 지분을 확보하며 1월 임시주총을 기점으로 경영권 장악을 노렸으나, 고려아연 측이 자회사 SMC를 통해 영풍 지분 10.3%를 확보하면서 상호출자 규제를 유도했고, 이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 25.4%가 무효 처리됐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월 임시주총은 무효가 됐지만, 최 회장 측은 지분을 선메탈홀딩스(SMH)로 재이전해 또다시 상호출자 고리를 완성했고, 정기주총에서는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최 회장이 다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과반을 확보했고, MBK·영풍 측은 향후 주총 기준일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관 개정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으로 단기 경영권 교체는 어려워졌다.
이번 사례는 ‘좋은 지배구조’의 기준이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MBK는 주주 환원과 기업 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단기 이익 실현을 우선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장기 투자와 고용, 신산업 진출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영풍 역시 환경오염 이력과 낮은 배당 성향 등으로 주주친화적이라 보기 어렵다.
재벌의 지배력 축소만으로 곧바로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다. 장기 투자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배구조와 단기 수익률 중심의 주주 중심 구조 중, 어느 것이 한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이로운지는 여전히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