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31년째 3%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제도 악용 사례와 심사 인력 부족이 맞물려 ‘진짜 난민’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에 접수된 누적 난민 신청 건수는 12만2095건으로, 이 중 심사가 완료된 5만7090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건수는 1544건에 불과하다. 인정률은 2.7%로, 유럽 국가들이 평균 30~40%에 달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법무부는 낮은 인정률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신청을 꼽는다.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접수되며, 대표적으로 병역기피를 이유로 난민을 신청하는 러시아 국적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체류 목적의 난민 제도 악용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예술흥행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6차례나 난민 사유를 바꾸며 재신청을 반복, 15년 이상 체류 중인 사례가 확인됐다.
그러나 인권단체는 법무부의 심사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하다고 비판한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은 특수한 상황에 처한 만큼 일관된 진술이나 서류 증명이 어렵다”며 “입국 경로나 진술의 세부를 문제 삼는 심사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반론으로, 미얀마(56.4%), 부룬디(50%), 에티오피아(28.9%), 콩고민주공화국(28.6%) 등 박해 가능성이 높은 국가 출신 신청자는 적극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청 급증에 따른 인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난민 신청은 2013년 1574건에서 2024년 1만8336건으로 급증했으나, 심사업무 담당 인력은 2021년 이후 67명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이 가운데 심사관은 4명에 불과해 1인당 연간 수백 건의 면접과 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적체된 심사 건수는 2013년 대비 14배 이상 늘었으며, 난민 신청자들은 심사 대기 기간 중 취업이 제한돼 생계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와힐리어, 암하라어 등 일부 언어의 통역 인력 확보가 어려워 심사가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