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이 중국산 로만손 시계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혐의로 약식 기소되면서, 15년째 장기 집권 중인 회장직 유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대회장으로 내세워진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면서, 주최 기관인 재외동포청까지 책임론에 휘말리고 있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이에스티나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손목시계 약 12만개(약 60억 원 상당)의 ‘made in china’ 표시를 아세톤으로 지운 뒤, 재조립해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딸이자 현 대표인 김유미를 포함해 관련 임직원 5명과 함께 기소됐으며, 김 회장도 약식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제품 일부는 조달청에 납품돼 대외무역법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됐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제이에스티나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소비자들과 누리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산 시계라 믿고 샀는데 사기당했다”, “아이유 시계로 홍보할 땐 언제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일 아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김 회장이 대회장을 맡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릴 예정으로, 재외동포청과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며 전 세계 한상 1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형 행사다.
그러나 행사 직전 김 회장이 ‘국산 둔갑’ 사건으로 기소된 사실이 드러나며, 대회장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재외동포청이 공공행사 주최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검증 없이 기소 인사를 행사 전면에 내세운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재외동포청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청장이 직접 해명하고 김 회장의 대회장직을 해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뢰와 윤리가 생명인 행사에 피의자가 대회장으로 나선다는 건 정부가 도의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며 “국제적 망신을 피하려면 조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7년부터 중기중앙회 회장을 지내며 4선에 성공했고, 오는 2027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이번 기소로 정치적 도의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그는 앞서 선거운동 금품제공 혐의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 중이며, 2019년에는 제이에스티나 오너 일가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미공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았다.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이 같은 연이은 불명예 논란에도 자리를 고수할 경우 조직의 명예와 기능 모두 훼손될 수 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김 회장 본인이 조직과 동포사회를 위한다면, 지금이야말로 물러나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