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이 국내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소수 지분을 확보한 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이사회를 상대로 ‘충실의무 위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해당 법안이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을 격화시키고, 기업의 장기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식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전후에 불과한 반면, 미국의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은 수십 배에 달한다. 엔비디아 50.9배, 애플 57.9배, 테슬라 18.8배 수준이다.
PBR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혁신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기업 가치 증대이고, 다른 하나는 순자산 축소다. 후자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방식이다. 정부가 ‘PBR 제고’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면서,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 구조상, 단기적인 주주환원은 장기 투자 재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투자 축소는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유형자산 투자 비중이 낮고, 고수익 구조 덕에 주주환원 여력이 크다. 애플은 최근 10년간 자사주 매입에만 연간 수십조 원을 투입하며 순자산을 줄여 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한국 제조업체가 같은 전략을 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인텔은 무리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화웨이, SMIC 등은 매출액보다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과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이 한국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 델라웨어주의 판례에서는 ‘영리법인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법적 의무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는 상법 개정안의 방향성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기업을 ‘주주만의 것’으로 간주할 경우, 노동자, 채권자, 지역사회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입지는 약화될 수 있다.
한편,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9일 현재 엔화는 달러 대비 1% 상승하여 144.75엔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104% 관세 부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재벌 지배구조의 개편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지배주주의 이사회 장악력을 줄이고 소수 주주의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