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는 5월부터 대만 출신자의 호적상 ‘국적·지역’을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기존 ‘중국’으로만 기재되던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대만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호적 관련 성령(省令·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외국인의 ‘국적’ 표기란을 ‘국적·지역’으로 수정해 ‘대만’ 표기를 공식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일본은 1972년 중국과 수교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대만인은 호적상 국적란에서 중국인과 동일하게 ‘중국’으로 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일본인이 대만인과 결혼할 경우 배우자의 국적·지역을 ‘대만’으로 기재할 수 있으며, 기존 대만 출신자도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닛케이는 “이번 조치는 대만 출신자의 정체성을 배려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지역’으로 인식되는 현실과 기존 체계의 불일치에 대한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주민표와 외국인 재류카드에는 이미 ‘대만’ 표기가 가능했기 때문에 공문서상 표기 통일의 의미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리 불가능한 일부이며,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며 “일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조성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을 독립적 존재로 다루는 성격이 강해 사실상 대중국 압박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친대만 정책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만이 미 국방부의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협력 중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한미일 외교장관은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행정적으로 대만 국적을 인정해 여권 발급 등 실무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