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고 과감한 지원과 규제 완화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법 개정과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정책 표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육성 위해 법과 규제 허물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1000억 엔(약 93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도요타와 소니 등 8개 일본 대기업이 2022년에 설립한 합작 회사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상징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지원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정부가 채무 보증을 서는 내용의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특정 기업의 대출 보증까지 나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또한,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외에도 대만 TSMC, 키옥시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조(兆)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내 반도체 관련 투자 증가는 첨단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국의 공격적 반도체 전략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 외에도 중국, 미국, 대만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 중국: 역대 최대 규모인 3440억 위안(약 69조 원)의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생산 설비와 연구개발(R&D)을 지원 중이다.
-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와 생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보조금을 통해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 대만: 외국 기업의 연구개발 센터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특별법 표류… 위기의 경고음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강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간접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정책 실행 속도에서도 주요국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 실행과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대응에 실패할 경우,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