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과 까레이스키: 잊혀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역사
고려인은 구 소련 지역 전체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까레이스키’로도 불리며, 현재 약 50만 명의 고려인이 러시아, 중앙아시아, 발트 3국, 캅카스 등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던 사할린 한인들과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고려인은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러시아 프리모리예주(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그 기원입니다.
중앙아시아 강제 대이주와 새로운 시작
1937년, 소련 정부는 일본 첩자의 침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수많은 고려인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음을 맞았고, 새로운 땅에서 고난의 삶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려인들은 척박한 땅을 농사짓고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갔습니다. 이로 인해 고려인들은 소련 내에서 근면하고 성실한 소수민족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인의 정체성과 언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들은 본래 함경도 방언을 사용했지만, 소련 정부의 정책과 시간이 흐르며 점차 러시아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고려인은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며,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러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젊은 고려인들의 한국어 학습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고려인 인식
한국 내에서 고려인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조선족과 달리 강제 이주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동포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고려인들의 국내 정착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고려인의 역사는 강제 이주와 고난, 그리고 새롭게 일어선 희망의 역사입니다. 그들은 잊혀진 디아스포라의 한 축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국적 고려인: 강제이주와 소련 해체의 그늘
무국적 고려인은 소련의 해체와 강제 이주로 인해 국적을 잃고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고려인을 말합니다.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 약 17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려인이 제대로 된 국적 서류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소련이 붕괴되고 독립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수많은 고려인이 새로운 국가로부터 국적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무국적 상태의 원인
- 서류 분실과 불완전한 이주 과정: 강제 이주 당시 고려인들은 3~7일 전에 이주 통보를 받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서류가 분실되거나 정식 등록되지 않아 국적 증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습니다.
- 소련 해체 이후의 혼란: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각 구성국이 독립하면서 국적을 신청하는 과정이 필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고려인이 경제적 어려움, 정보 부족, 차별 등으로 인해 국적 취득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 현지 정부의 소극적 태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고려인들의 국적 취득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언어 장벽, 관료적 절차 등으로 인해 국적 취득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무국적 고려인의 어려움과 현실
무국적 고려인은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교육, 의료, 고용 등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입니다. 많은 무국적 고려인들이 적절한 신분 증명이 없기 때문에 직업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이들의 자녀에게까지 이어져 세대 간 문제가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 생활하는 무국적 고려인은 비자 문제로 장기 체류가 어려워 경제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의료보험이나 복지 혜택을 누리기도 어렵습니다.
지원과 해결 방안
-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 국제사회, 특히 한국 정부와 NGO들이 무국적 고려인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과거에 소련을 떠나 한국에 귀환하려는 고려인들에게 특별비자를 발급하고, 무국적 고려인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한국 내 거주 지원: 최근 한국 정부는 고려인 4세까지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국내 체류 허용과 더불어 한국어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고려인들의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 고려인 마을과 안산 땟골마을 등은 무국적 고려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국적 취득을 위한 협력: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무국적 고려인이 한국 대사관의 신분 증명을 통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국적 고려인들이 법적 지위를 회복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무국적 고려인의 문제는 한민족의 역사의 아픔이자 현실적인 도전입니다. 그들의 역경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연대하여 이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