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 일 ( 이하 현지시간 )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무난히 승리하면서 대선 후보에 더욱 가까워졌다 . 현지에서는 워낙 압도적인 차이 때문에 경선이 계획보다 일찍 끝날 확률이 높아 두 후보의 재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2연승 거둔 트럼프, 경선 조기 종료 박차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23 일 ( 이하 현지시간 ) 미 뉴햄프셔주에서 공화당 2 차 경선 개표 초반에 승리를 확신하고 연단에 올랐다 . 그는 승리 연설에서 2 위를 기록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겨냥해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 헤일리는 지난 15 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첫 공화당 경선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에 이어 3 위에 올랐다 . 아이오와주에서 2 위에 머물렀던 디샌티스와 4 위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는 뉴햄프셔주 경선 이전에 후보에서 물러나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이날 자신보다 먼저 패배 인정 연설을 했던 헤일리를 언급하며 그가 투표에서 “ 이긴 것처럼 연설을 한다 “ 고 조롱했다 . 트럼프는 “ 그는 이기지 않았다 . 졌다 “ 며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를 지적했다 . 트럼프는 헤일리가 “3 위를 하고도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다 “ 면서 “ 론 ( 디샌티스 ) 도 그를 이겼다 “ 라며 “ 론은 2 위를 했고 , 떠났다 “ 고 말했다 .
트럼프가 이처럼 헤일리의 사퇴를 재촉하는 이유는 공화당 후보 경선을 빨리 끝내고 민주당의 바이든과 본선에서 싸울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 공화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 ( 당원대회 ) 를 시작으로 각주에서 코커스 및 프라이머리 ( 예비선거 ) 를 통해 전당대회에 보낼 대의원을 확정한다 . 이어 오는 7 월 15~18 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의원들의 투표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은 총 2429 명이며 어느 후보든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 1215 명만 확보한다면 굳이 전당대회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사실상 대선후보가 되는 셈이다 . 트럼프가 아이오와주 및 뉴햄프셔주에서 확보한 대의원은 총 31 명이며 헤일리의 대의원은 16 명이다 . 이른바 ‘ 슈퍼 화요일 ‘ 로 불리는 3 월 5 일에는 15 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려 1151 명의 대의원이 정해진다 .
트럼프는 헤일리가 그 전에 사퇴하거나 지금 연승 기세를 몰아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한다면 경선을 조기에 마무리 지을 수 있다 .
다만 뉴햄프셔주 경선은 트럼프 인기의 한계가 드러난 선거였다 . 이번 선거는 공화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가 아니라 당원과 당적 및 등록 정당이 없는 무당파 유권자가 함께 참여하는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진행됐다 .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무당파 유권자를 붙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
미 CBS 방송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투표자의 51% 는 스스로 공화당 지지자로 여겼으며 43% 는 지지 정당이 없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74% 의 표를 받아 헤일리 (25%) 를 앞섰으나 무당파의 표는 38% 밖에 받지 못했다 . 반면 헤일리는 무당파 가운데 60% 의 지지를 얻었다 . 헤일리는 23 일 연설에서 일단 경선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
민주당에서도 바이든 압도…트럼프와 재대결 준비
뉴햄프셔주에서는 같은날 민주당의 첫 경선 투표도 함께 열렸다 . 바이든은 이날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의원 ( 미네소타주 ) 을 약 40%p 차이로 꺾으며 압도적인 1 위를 차지했다 .
그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지만 투표에서 승리했다 . 앞서 바이든은 지난해 민주당 지도부와 협의해 올해 미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조정했다 .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2 월 3 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첫 경선을 시작하기로 했다 . 바이든은 2020 년 대선 당시 경선 초반에 뉴햄프셔주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으며 이를 의식해 경선 순서를 바꿨다고 알려졌다 .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를 진행했던 뉴햄프셔주는 민주당의 결정에 반발해 23 일 양당의 프라이머리를 강행했다 .
바이든은 뉴햄프셔주의 돌발 결정에 미처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으며 선거 운동도 하지 않았다 . 이에 바이든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손으로 바이든의 이름을 적어서 투표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특정 인물을 직접 적어 투표해도 이를 유효한 표로 인정한다 .
바이든은 23 일 뉴햄프셔주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 내 이름을 써 준 모두에게 감사한다 “ 며 “ 이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 “ 이라고 강조했다 . 그는 동시에 트럼프와 공화당 경선을 언급하고 “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 “ 며 “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 나의 메시지 “ 라고 밝혔다 .
바이든은 “ 우리의 민주주의 , 선택권부터 투표권까지 망라하는 개인의 자유가 걸려있다 “ 며 “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를 포함해 모든 게 위태롭다 “ 고 주장했다 . 이어 “ 미국의 핵심 가치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공유하는 무당층 및 공화당원들도 미국인으로서 우리와 함께 하자 “ 며 지지를 당부했다 .
같은날 바이든의 선거 캠프는 바이든이 2020 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은 과거를 다시 꺼내며 재대결을 시사했다 . 이날 바이든 캠프는 선거 후원 웹사이트를 통해 ‘ 함께 , 우리는 트럼프를 또 한 번 물리칠 것이다 ‘ 라는 문구가 적힌 32 달러 ( 약 4 만 3000 원 ) 짜리 티셔츠 판매를 시작했다 . 바이든은 23 일 버지니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낙태권 문제를 강조하고 “ 트럼프는 낙태의 자유를 빼앗은 장본인 “ 이라고 비난했다 .
한편 미국인들은 4 년 만에 다시 82 세의 바이든과 77 세의 트럼프 중에 대통령을 고르는 상황이 기쁘지 않다 . 지난해 11 월 30 일 ~12 월 4 일 진행된 AP 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56% 가 바이든의 대선 후보 확정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트럼프의 대선후보 확정에 불만족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58% 였다 .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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