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내각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번 내각 인선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국민통합‘은 버리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로 연결되는 정책통 인사로 경제라인을 구축했고 대선기간 정책을 총괄한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해 부동산 정책에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최측근이자, 거대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타깃이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 민주당과의 대립을 택했다. 여기에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이번 내각에서 배제돼 통합과 협치는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내정된 김대기 내정자는 13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 당선자께서 생각하시는 국정철학이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 두가지 분야“라면서 “(당선자는) 특히 경제쪽을 중요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발언처럼, 이번에 발표된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을 보면 경제 분야에선 야당과대립을 피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꾀하지만, 그외 분야에선 정면대결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후보자와 민주당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다지고 있는 추경호 후보자는 무난한 청문회 통과를 넘어 물가상승 등 불안한 경제 상황을 관리할 인사로 꼽힌다.
한덕수, 추경호 후보자와 같은 경제관료 출신인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가 적극적인 지원업무까지 맡으면서 새 정부 초반 안정적인 경제 관리로 지지율 누수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3선 의원 출신인 원희룡 후보자에게 새 정부 부동산 정책 실무를 담당할 국토부 장관을 맡기면서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밝힌 협치와 국민통합 키워드는 이번 인사에선 완전히 배제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강행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하기 위해 윤 당선인은 민주당과 대립하던 한동훈 후보자에게 법무부를 맡기기로 하면서 정국 경색은 장기화 국면으로접어들게 됐다.
윤 당선인은 전문성을 이번 내각 인선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으나, 오랜 지인을 비롯한 윤당선인과의 친밀도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도 부담 요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는 대학시절부터 알아온 40년 지기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라인 후배다.
한동훈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윤석열 사단의 핵심 검사였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후보자는 대학 시절 형사법학회 활동도 함께 하면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선에서 윤 당선인과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 위원장이 추천한 사람들이 모두 배제되면서, 공동정부 구상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안 위원장이 보건, 복지,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 4개 장관직에 안철수계 인사들이 추천됐으나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1차 인선에 이어 2차 인선에서도 자신의 제안이 반영되지 않자, 안 위원장도 불편한 심기를 행동으로 보였다. 13일 예정된 윤 당선인을 비롯한 각 분과 인수위원들과의 도시락 만찬 자리에 불참한 것이다. 공동정부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안 위원장은 답변하지 않은채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원까지 사퇴한지 이틀만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인수위원으로 대체하면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간 갈등을 메울 여지마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위원장은 공동정부를 얘기하지만, 인사에 전권을 쥔 윤 당선인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라며 “정작 대선에서 야권단일화가 윤 당선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인수위원장을 맡게 한 것만으로도 채무를 갚았다고 생각할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뉴스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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