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고 환율이 120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금리 또한급등세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유가, 환율 등 대외가격변수에 민감하다. 금리 또한 핵심 변수다. 연초부터 통제불능 대외변수가 속출하면서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가와 환율은 국내 물가를 압박한다. 금리급등은 코로나 팬데믹 속 다중채무자들에게 직격탄이다.
대외변수에 대한 정부 대응카드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열렸던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회의에서 대내외 리스크 모니터링 강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정도가 논의된 게 실례다. 회의는 과기정통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한 범정부 회의였다.
■ 유가 단기간 추가 급등 가능성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 유종인 두바이유를 비롯해 서부텍사스유(WTI), 브렌트유는 지난 4일 기준으로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지난 4일 기준 두바이유는 싱가포르 현물거래 가격 기준으로 90.22달러다. 지난해 12월 2일 기록한 단기 저점인 69.13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여만에 21.09달러나 오른 것이다. 인상률은30.5%다.
국제유가 강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단기적으로 추가상승 가능성도 높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내놓은 ‘국제원자재시장 동향 및 주요이슈‘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했을 때, 국제유가는 대체수요 등으로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단기간 20~30달러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유가불안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유는 100% 해외 수입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로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수치상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낮췄지만 유가가추가로 오르면 인하분을 상쇄하기 때문에 (물가를 위해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책은 현재로선 1㎞인 알뜰주유소간 거리 완화, 조달청 비축물량 방출량 확대 등에 한정돼있다.
■ 소비자물가 4% 시대 오나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원화가치는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7일 1200.7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경(12월9일) 장중 저점인 1172.8원과 비교하면 27.9원의 격차가 있다.
환율 오르면 수입물가는 상승한다. 1월에는 향후 물가의 가늠자인 근원물가마저 10년만에 3%를돌파한 상황이다.
1월에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마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근원물가 급등은 유가, 농축수산물 등 공급측면 물가상승 압력에다 개인서비스 등 수요측면까지 상승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1월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3.9%나 올랐다. 전월대비로도 1.0% 올랐다.
정부도 대내외 물가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언제든지 4%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로 4%대까지 물가가 오르지는 않겠지만 만약 유가가 단기급등하게되면 4%대 물가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긴축, 추경에 출렁이는 시장금리
이날 채권시장 금리가 급상승했다. 국고채 3, 10년물 모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은 연 2.237%로 지난해 12월 2일 연 1.720%에서 0.517%포인트나 상승했다.
금리상승은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기인한다. 미국이 연내 5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달러강세로 환율이 오르고, 금리까지 동반상승하는 형국이다.
이날 금리 상승은 여기에다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에 정부가 일부 동조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분석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뜻을 모아준다면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의 “추경 증액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추경 증액은 적자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14조원 규모의 추경에서는 11조3000억원을 적자국채를 통해 조달한다고 했지만 증액되면 더 많은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밖에 없다. 채권값이 떨어지면서 시장금리는 상승한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 비용을 늘려 각종 대출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끌어올린다. 시차를 두고 변동금리부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일례로 0.517%포인트 상승을 적용했을 때, 주택담보대출로 5억원을 받은 사람이라면 연간 이자부담이 258만원 가량 더 늘어난다.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끌어다 썼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취약계층에게는 부담이 더 커진다.
주원 실장은 “대외변수는 통제할 수 없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재정지원도 필수불가결해 (인플레 심리 확산이 우려되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정책조합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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