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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종로 한 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맞은 30대 김모씨는 울상이 됐다.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해 올해 처음 백신 접종을 맞았는데 관련 사망자 소식을 접한 것이다. 김씨는 부모님 생각에 불안감이 커졌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미안해할까 봐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내심 걱정되는 기색“이라며 “이럴 거면 괜히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사망자 증가하자 ‘백신 포비아‘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자 독감 백신은 한 때 품귀 조짐까지 일었지만, 사망자 발생 이후 수요는 크게 줄어 보였다.
22일 서울 종로구 일대 병원들은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지난 19일 만 7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시작되면서 장사진을 이루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종로 한 병원의 로비에는 5명의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으나 이들 중 독감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은없었다. 독감 관련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다는 전화도 이날만큼은 잠잠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무료·유료 백신 모두 물량은 있고,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으니 누가 독감 백신을맞으려 하겠냐“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수요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독감 백신 둘러싼 논란이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백신 접총 초기에 수요가 몰렸던 만큼 낙폭이 생기는게 자연스러운 추세라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맞을 사람은 이미 다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사망사고가 있다고해서 피부로 느낄 만큼 달라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 보건당국은 괜찮다는데…”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날 오후 1시 기준, 독감 백신은 맞은 뒤 숨진 사람은 17명이다. 전날 질병관리청(질병청)이 공식적으로 밝힌 9명 외에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청은 유가족 동의하에 7건에 대해 사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병청은 백신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백신에 대해 접중 중단을 검토했으나 중단하진 않기로 결정했다.
정은경 청장은 “사망사례에 대해서는 최대한 접종과의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조금이라도이상이 있겠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설명에도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독감 백신접종을 맞았다는 윤모씨(39)는 “지난 달에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는 것을 알고도 설마 하는마음으로 예방접종을 맞았다“며 “이후 사망자까지 발생하니까 자꾸 찜찜한 생각이 든다. 미리 대비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고민하고 있다는 60대 김모씨는 “올해는 코로나19도 있고, 무료이기도 하니까 예방접종을 맞으려고 했는데 망설이게 된다“며 “자식들은 아직 맞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리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독감백신 이상반응 보고 추이‘에 따르면 독감백신 이상반응 사례는 최근 5년반(2015~2020년 상반기) 총 1만 3769건(한해 평균 27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 건수는 올해 1월 보고된 1건을포함해 총 15건으로, 백신과 죽음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윤홍집 기자, 김지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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