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적으로 억제됐던 국가에서 겨울을 앞두고 대규모 2차 확산이 발생하고 있다. 이란과 유럽, 미국 등은 사회적 격리를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세계 인구의 10%가 감염됐다고 추정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보건부는 5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3902명, 235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봄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시작됐을 당시 중국에 이어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으며 2월 기준으로 중국 외 국가중 사망자 숫자가가장 많았다. 이란의 코로나19 환자는 8월 들어 진정세를 보였으나 5일 신규 확진자 수는 2월 19일 첫 환자 발견 이후 가장 많았다. 일일 사망자 수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 7월과 같았다. 이란 정부는 지난 4월 사회적 격리조치 이후 2번째로 수도 테헤란의 학교와 영화관, 이슬람 사원 등을 폐쇄했다.
코로나19가 이란 다음에 상륙했던 유럽도 격리 조치를 재개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5일 발표에서 다음날부터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술집과 카페를 최소 2주간 폐쇄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영국 정부도 전국 술집 및 식당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리버풀과워링턴 등 일부 도시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아일랜드 역시 5일 발표에서 지난 3월에 이어 2번째로 전국적인 집합 금지 및 재택근무령을 내렸다. 유럽에서 2차 확산 기세가 가장 매서운 스페인에서는 일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 지난 7월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도 마드리드에는 오후 11시 이후 식당 영업금지와 6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독일과 이탈리에서도 이달 들어 신규 환자 숫자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5일 공개된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 보고서를 살펴보면 유럽 31개국 가운데 27개국이 코로나19 ‘중대 발병‘ 상황에 빠졌다. 해당 분류는 최근 7일간 인구 10만명당 평균 환자 숫자가 20명을 넘는 경우를 말한다. 집계에 따르면 독일(18.4명), 핀란드(15.5명), 키프로스(14.6명), 노르웨이(13.9명)를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들의 평균 환자 숫자가 20명을 넘었다. 중대 발병 국가 가운데서는 체코(167.6명)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고 네덜란드(140.3명)와 프랑스(120.3명)가 뒤를 이었다.
2차 확산은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진행중이다. 미 뉴욕주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5일 발표에서 역내 학교 일부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뉴욕주 20곳의 집중 감염발생지의 코로나19 양성률이 6.5%까지 올랐다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미국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이날 기준 각각 745만7263명, 21만176명을 기록했으며 특히 미국의 사망자는 이날 처음으로 21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2차 확산의 핵심 원인으로 여름 휴가철과 맞물린 인구 이동과 사회적 모임 재개를 꼽았다.
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5일 팬데믹 대응 이사회에 참석해 “바이러스가계속 퍼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 진행중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세계 인구의 10%가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라이언 차장의 추론대로라면 세계76억 인구 가운데 7억6000만명이 감염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5일 기준 세계 누적 확진자 집계(3541만4071명) 보다 약 21배 많은 숫자다. 앞서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자와 열악한 검사 여건을 지적하며 실제 감염자가 집계보다 많다고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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