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내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지만 끝내 실체적 진실은 밝혀내지 못할 전망이다. 유력 용의자가 진범으로 밝혀지더라도 살인 공소시효 폐지 전에 일어난 범죄라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전날 현재 부산의 한 교도소에 수감중인 50대 무기수 이모씨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한 경찰은 9차 사건 피해자와 또 다른 사건 피해자의 옷가지 등에서 채취한 DNA가 국과수 범죄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이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최근 통보받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1991년 마지막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혀지더라도 형사처벌은 어렵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되기 전 이미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는 1999년 5월 대구에서 괴한의 황산테러로 숨진 김태완군(사망당시 6세)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 될 위기에 몰리자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태완이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태완이법은 법이 통과된 2015년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살인죄에 대해서는 적용이 가능하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는 소급 적용이 불가능 하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경찰이 최종적으로 진범으로 지목하더라도 공소시효 도과 문제로 형사재판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 없게 된 만큼 화성연쇄 살인사건은 최종적으로 ‘유력 용의자‘만 남은 상태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확인되더라도 입건 뒤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돼 사건이 종결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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