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日 협력의 길 나오면 손잡을 것”
일본도 일단 文 경축사에 긍정적 반응 내놔
日, 대화 응하면 갈등 봉합 계기는 마련돼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일본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치고 일본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양국간 갈등 완화를 위한 모멘텀이 마련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4주년 8•15 경축사에서 대일 발언 수위의 톤을 낮추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고,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보복 조치에 맞대응하기 위한 강경 톤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관계 재설정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보복에 맞서 대응은 하지만 발언 소위를 조절하면서 광복절 이후 펼쳐질 수 있는 새로운 국면 전개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는 현재 양국간의 첨예한 갈등을 대화를 통해 봉합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출구전략을 찾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정부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한 언론은 16일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이 “상당히 온건한 형태의 발언”이라며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는 연장이 바람직하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선 국제법 위반사항이 시정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물론 일본이 즉각적으로 태도를 바꿔 본격적인 유화모드로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양국모두 강대강 대치가 결국 양국 정부에 불이익의 형태로 귀결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어느정도 냉각기를 거친 뒤 대화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 외교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오는16~17일께 한•일 외교차관이 제3국에서 만나 최근 양국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가능성이 있다.
또 내주 중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타로 일본 외무상이 양자회담을 가질 수도 있어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간 갈등 해소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한일관 대화 재개를 유도할 수 있는 시급한 현안의 경우 오는 24일로 갱신일을 맞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여부다.
우리측의 이의제기가 없다면 자동 연장되지만 한일관계가 회복을 위한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겨우 마련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대화 의지 표출에 대해 일본 정부가 긍정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한일간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지소미아 연장 여부 등을 포함한 양국간 현안에 대해 한일 외교책임자끼리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파이낸셜뉴스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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