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국제 여론전에 박차를 가했다. 자유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등 일본 정부의 부당성을 적극 설명하며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 나선 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7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부적절함을 대외적으로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토대다”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운을 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에서 한 발언이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아베 총리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꼬집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일 관계의 악화는 세계 경제에 해롭다”, “이번 조치가 구체적으로 일본만을 겨냥한다면 WTO 규정 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일본은 아태지역 내에서 룰을 만드는 노력을 주도할 것이다. 세계에 적용되는 규정 중 하나가 WTO 규정이다”라는 발언도 인용했다. 중국이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갈등 당시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사용했을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일본 정부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행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WTO 협정 위반’으로 드러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WTO 일반 이사회에 정식 의제로 상정된 만큼 중국 사례를 환기시키고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일반 이사회는 WTO 모든 회원국 대표들이 중요 현안들을 논의하고 처리하는 회의다.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각료회의를 제외하고는 WTO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가 문제시 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보상 판결의 불가피성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 분립은 신과 나라와 함께 위에 있다”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1965년 합의가 반인륜적 범죄와 강제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다루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거나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형성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레이와(일본의 새 연호), 새로운 시대 선포에 비추어 한국과 일본은 건설적인 자세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진입해야 한다”며 “일본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수출 통제와 대법원 판결에 관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희망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마음 속 스승’으로 알려진 요시다 쇼인와 그의 수제자인 다카스키 신사쿠를 언급하며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키 신사쿠가 살아있다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에 대한 나의 평가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한일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했던 나카소네 총리, 후쿠다 총리 역시 나에게 동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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