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에 빠진 미·이란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란 정부가 ‘단계적 해결론’을 들고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전쟁 종식을 먼저 매듭지은 뒤, 민감한 핵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미국 뉴스 매체 액시오스(Axios)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협상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안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을 회복하고 전쟁 상태를 끝내는 ‘종전 합의’를 우선 체결하고, 우라늄 농축 등 핵 관련 사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잠시 뒤로 미루자는 것. 액시오스는 이란 수뇌부 내에서 핵 관련 양보 범위를 두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일단 시급한 경제적 봉쇄와 군사적 충돌 상황부터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중재국인 파키스탄 등을 통해 제시한 4대 종전 조건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법적 통제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추가 공격 방지 보장 ▲해상 봉쇄 해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조건들 속에 우라늄 농축 중단이나 고농축 우라늄 반출 등 핵심 핵 현안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파키스탄, 오만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등 긴박한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중재국들에 “이란 내부에서 아직 핵 문제에 대한 최종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우선적 종전 합의를 통한 ‘핵 문제 우회’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을 소집해 이란의 이번 제안을 포함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 제안을 선뜻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제안대로 해상 봉쇄를 먼저 해제하고 종전에 합의할 경우, 향후 핵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압박 카드(지렛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백악관 올리비아 웨일스 대변인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언론을 통해 협상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는 동시에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단계적 접근법’을 전술적 후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기회로 볼 것인지에 따라 향후 중동 정세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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