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가파른 가운데 노인 빈곤 문제가 구조적 한계로 재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현금 지급 확대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기초연금 개편 논의 역시 ‘얼마나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핵심은 지급 규모가 아니라 정밀성이다. 현재처럼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를 일괄적으로 포괄하는 방식은 제도 취지와 현실 간 괴리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인층 내부의 소득 격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동일 기준 적용은 정책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계적·차등적 지급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저소득층에는 보다 두터운 지원을 제공하고, 중간층은 유지 또는 일부 조정, 상위 구간은 점진적 감액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제한된 재원을 보다 절박한 계층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대상 선별 기준이다. 현행 ‘소득인정액’ 산정 체계는 근로·연금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포함하지만, 복잡한 공제 구조로 인해 실제 생활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형식상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 반대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다. 전면적인 기준 재설계 없이는 제도 신뢰 확보도 어렵다는 평가다.
기초연금의 역할 재정립도 불가피하다. 노후소득 보장의 1차 축은 국민연금, 기초연금은 이를 보완하는 2차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기초연금 지급을 조정하고, 반대로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는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노인 빈곤을 현금 부족 문제로만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주거 불안, 의료비 부담, 돌봄 공백, 사회적 고립이 결합될 때 빈곤은 심화된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개편도 공공임대주택, 의료비 지원, 방문 건강관리,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하는 정책 패키지로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기반 대응도 중요 변수다. 노인 빈곤 양상은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차이가 크다. 중앙정부가 제도 틀을 설계하더라도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돌봄·일자리 정책을 결합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장의 사회복지망이 작동해야 비공식적 사각지대까지 포착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재정 지속가능성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고령 인구 증가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기초연금 지출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광범위한 보편 지급 확대는 미래세대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선택의 문제는 분명하다. 광범위한 포괄 대신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것인지, 형식적 평등 대신 실질적 형평을 추구할 것인지다. 전문가들은 ‘하후상박’ 원칙이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자원의 재배분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연대에 가깝다고 본다.
기초연금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사회가 노년과 빈곤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급액 조정에 머무르지 않고 주거·의료·돌봄까지 포괄하는 통합 지원 체계로 전환할 때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