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쌍방울 그룹의 100억 원대 주가조작 혐의를 내부적으로 결론냈음에도, 검찰이 관련 핵심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공시 혐의로만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검찰 대응의 문제점을 직접 지적했다.
이 원장은 “쌍방울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중대한 범죄로 처리될 것으로 봤지만 검찰이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건 경과는 비교적 명확하다. 수원지검은 2022년 11월 쌍방울 및 계열사의 불공정 거래 의혹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고, 금감원은 약 두 달간 조사 끝에 2023년 1월 결과를 도출했다. 이후 검찰에 직접 방문해 쌍방울, 광림, 비비안 등 계열사에서 100억 원대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후 대응이다. 금감원은 금융실명법상 자료 임의 제출이 불가능하므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면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같은 해 6월 30일 검찰이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자료 요청을 했지만, 이 방식으로는 압수수색 자료 제공이 불가능해 실제 핵심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주가조작 혐의는 적용하지 않고, 전환사채 발행 관련 허위공시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처리했다.
국회 질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재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서울남부지검장 성상헌에게 “금감원이 주가조작 결론을 냈음에도 검찰이 자료를 받지 않고 허위공시로만 기소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고, 성 지검장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이어 “주가조작과 허위공시는 형량과 추징금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결과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는 중형과 대규모 추징이 가능한 중범죄로 분류되지만, 허위공시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범죄다. 이 때문에 검찰이 주가조작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배경을 둘러싸고 ‘의도적 축소 수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쌍방울은 그간 대북 사업 기대감을 활용해 계열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국가정보원 문건에는 대북 송금의 실질 목적이 주가조작이며, 수익을 북측과 나누기로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진 바 있다.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검찰이 왜 핵심 자료 확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주가조작 혐의를 배제한 판단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가 규명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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