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유가 상승과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통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재정 지원이나 소상공인 지원, 한계기업 지원 등을 하려 해도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조기에 추경을 해야 할 상황 같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기존 예산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구 부총리는 “현재 예산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재원을 활용하면 적정 규모의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도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재정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재정 집행의 가장 큰 원칙은 부의 2차 분배”라며 “과도한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결국 소비자를 직접 지원해야 하고, 그러려면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 소비자 직접 지원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금융·재정 지원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유 생산 원가가 올라가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재정을 투입해 일시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류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일률적인 감세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는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상위층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제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유류세 인하와 취약계층 직접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를 일부 낮추는 동시에 서민 소비자를 중심으로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두 정책을 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추경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조기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중동발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추가 소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제로 추경 편성에 착수할 경우, 중동 리스크 대응과 서민·소상공인 지원이 핵심 항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경제 전망이 대외 변수로 흔들리는 가운데 재정 정책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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