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 창립자 에드윈 J. 퓰너(Edwin J. Feulner Jr.)가 미국 현지 시간 7월 18일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퓰너는 1973년 맥주 기업 쿠어스의 기부금 25만 달러를 기반으로 재단을 세워 ‘보수주의의 판테온’이라 불리는 싱크탱크를 일구었다.
퓰너는 1977년부터 2013년까지 36년간, 그리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레이건 행정부의 ‘리더십 지침(Mandate for Leadership)’ 보고서 발간을 주도했다. 이 보고서는 연방 정부 축소와 반규제, 감세 정책을 담아 레이거노믹스의 교과서로 통하며 보수 집권의 지적 토대를 마련했다.
정·재계 인맥도 폭넓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1980년대 초반 미국 망명 시절부터 토론을 즐겼으며, 삼성 창업주 이병철을 기리는 ‘이병철 콘퍼런스’를 1985년부터 매년 주관했다. 2002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는 등 한국에 대한 깊은 우호를 보여줬다.
퓰너는 평소 양복 주머니에 미국 헌법 전문을 휴대하며 “보수주의 가치가 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고 자부했으며, 생전에 “전진, 앞으로(Onward)”라는 구호를 즐겨 외쳤다. 그의 별세 소식에 케빈 로버츠 현 재단 이사장은 “전설을 잃었다”며 “그의 비전과 구호를 계승하는 것이 가장 큰 추모”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