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부임해 1년여간 일본 현장을 누빈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귀국한다. 국립외교원장을 거친 학자 출신으로, 경제·문화·역사·정치 소통을 아우르는 ‘전방위 외교’를 구사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부임 초기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시기별 주요 활동과 한·일 관계 개선, 유력 정치인과의 소통 노력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부임 직후 박 대사는 한·일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주력했다. 지난 4월 15일 주일대사관·KOTRA 공동 주최 ‘한일 경제협력 포럼’에서 반도체·배터리·친환경 에너지 분야 기업인 200여 명을 대상으로 협력 과제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한·일 산업 생태계 연계는 장기적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중소기업 상생 모델과 스타트업 간 교류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5월에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한국의 날’ 행사에서 한일친선협회 및 재일대한민국민단 공동 연회에 축사자로 나섰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지금, 경제협력은 협력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하며 양국 정부의 셔틀 외교 재개 구상을 공개했다. 이 구상은 이후 외교부 차원에서 검토 대상에 올랐다.
문화·역사 분야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6월 말 아이치현 방문 당시 나고야시 민단·한인단체 간담회를 통해 동포사회 권익 증진과 차세대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과거사 현안에는 ‘현안과 협력 의제 분리’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 자체 사도광산 추모식을 진행하며 피해 유족과 일대일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공공외교 측면에서는 관저 개방 행사와 한식 문화 전시, K팝 콘서트 후원을 통해 현지 주민과의 접점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부임 첫해 관저 방문객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고, 지역 언론과 SNS에서 ‘가장 친근한 대사관’으로 불렸다.
정치 소통 강화를 위해 박 대사는 일본 내 주요 정치권 인사들과 수차례 면담했다. 3월 중순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자민당 외교부회장과 회동하며 북핵 대응 협력 방안을 협의했고, 5월 말에는 민주당 정책위원장과 간담회를 열어 한·일 의회 교류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자민당 내 중의원 핵심 인사와의 비공개 조찬 모임에서는 한·일 군사 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결정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권 소통 노력은 양국 의회 차원의 교류 재개 기반을 마련한 성과로 평가된다.
일본 언론 인터뷰도 활발히 진행했다. 요미우리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에너지 안보 협력, 디지털 혁신 협력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역설했다. 주니치신문 초청 강연에서는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민간 교류 활성화와 문화 유산 공동 보존 프로젝트를 제안해 일본 학계와 지방정부의 관심을 끌었다.
박철희 대사 귀국 후 주일 한국대사관은 김장현 정무공사가 대사 대리를 맡을 예정이다. 박 대사가 닦아온 경제·문화·역사·정치 전방위 협력 기반 위에, 후임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협력, 차세대 동포 리더십 강화, 군사·안보 분야 협의 등을 이어받아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완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1년여 임기를 마무리하며 박 대사는 “한·일 관계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력 정치인과의 소통을 통해 풀어낸 의회 차원의 협력 씨앗이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큰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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