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최근 그린성장 전략이 기후 공조보다 산업 경쟁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며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국 공화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EU의 지속가능성 중심 접근 간의 차이가 뚜렷하다.
미국은 최근 2기 트럼프 행정부를 가정한 각종 행정조치를 통해 에너지 자립과 규제 완화 중심의 탈탄소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2025년 1월 20일 이후 연방관보에 게재된 행정명령만 10건에 이르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연방기관의 ESG 적용 제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규제 완화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청정에너지 촉진법(CCA), 해외 배출량 검증법(PROVE IT), 연방정책균형법(FPFA) 등으로 보조금 정책을 통한 국내 산업 우선 보호가 강화됐다.
반면 EU는 지난 1월 발표한 「그린딜 산업계획」과 후속 이행 조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재편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조치로는 EU 공급망 실사지침(CSDDD), 기업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ESG 책임을 법제화하는 한편, ‘EU 택소노미’로 친환경 산업 선별 기준도 구체화하고 있다. 투자 유치를 위한 ‘InvestEU’ 계획도 포함됐다.
양측 전략의 핵심 차이는 ‘보호무역 중심 대 산업재편 중심’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IRA, IIJA 등 보조금 중심의 자국 산업 보호에 주력하고 있으며, EU는 ESG와 공급망 투명성 제고 등 규범 강화와 투자유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은 LNG·LPG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유지하는 반면, EU는 재생에너지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저탄소 전환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수출 중심 국가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과 EU 간의 정책 불일치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ESG 규범 강화나 보조금 기준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또한 중소기업과 개도국 지원, 국제기준 마련을 위한 ODA 및 공공-민간 협력 확대 등 다자간 협력 전략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과 정부는 미국과 EU의 상이한 규제·보조금 체계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 전략을 차별화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별로 규범 순응도 제고와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