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 9명이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일부는 취업사기를 당해 강제로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찰청 인터폴공조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캄보디아 포이펫의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9명이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현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을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범죄단지 내에서 대포폰과 컴퓨터 등이 완비된 사무실을 차리고, 올해 1월 초부터 로맨스스캠을 벌였다. 특히 이들은 단순 연애 사기에서 나아가 가상화폐 투자를 접목한 고도화된 수법을 사용했다.
조직은 데이팅 앱 ‘앙톡’, ‘속삭임’ 등을 활용해 ‘박가인’이라는 가상의 프로필을 만들었다. 이들은 피해자와 매일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고 연인 관계로 발전시켰다. 가상 인물의 MBTI, 혈액형, 학력, 키·몸무게, 보유 차량, 가족관계 등 세부 정보까지 설정해 실존 인물처럼 꾸몄다.
신뢰가 형성된 후에는 “아버지가 큰 사기를 당해 집안 경제가 어려웠지만, 코인 투자로 극복했다”면서 가짜 코인 투자 웹사이트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퇴근 후 매일 투자 공부를 한다”며 함께 공부하자고 설득한 뒤 가상화폐를 입금받는 방식으로 1월 한 달 동안 수천만 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피해자와의 대화를 위한 ‘10일치 시나리오(대본)’까지 치밀하게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가인 일정표’라는 문서를 만들어 대화 주제를 시간대별로 정해 놓고,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쪼개 연락하는 느낌을 줘야 한다”거나 “상대방의 자산을 파악하고 투자 관심 여부를 확인하라” 등의 지침까지 마련했다.
기존 로맨스스캠이 생활비나 택배비, 항공료 등을 요청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가상자산이나 주식 투자 권유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사기 당해 강제 노동”…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피해 급증
체포된 조직원 일부는 취업 사기를 당해 강제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허위 구인광고를 보고 범죄단지에 들어갔다가 외출과 외박의 자유 없이 감금됐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20대 남성 A씨는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지인이 ‘코인테크 업무로 한 달에 천만 원 이상 벌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불법이 아니라는 말에 한국에서 운영하던 식당까지 정리하고 갔는데 완전히 속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B씨는 범죄단지에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돼 “나가고 싶다”고 요구했으나, “벌금 1300만 원을 내야 나갈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던 한국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취업사기로 인한 납치·감금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사건은 △2021년 2건 △2022년 11건 △2023년 21건에서 △2024년 상반기 76건으로 폭증했다.
경찰은 이들이 실제 취업사기 피해자인지, 조직 내에서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는지를 조사한 뒤 국내 송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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