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서 방치된 신용카드가 1600만 장에 육박하며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열된 고객 확보 경쟁 속에서 새로운 카드 발급이 지속되는 반면, 기존 카드의 혜택 축소로 인해 사용되지 않는 휴면카드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휴면카드 1581만 장…전년 대비 13% 증가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에서 발급된 카드 중 1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휴면 신용카드는 1581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수치다.
휴면카드는 최종 이용일로부터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가 243만4000장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카드(232만5000장), KB국민카드(220만 장), 롯데카드(219만1000장), 삼성카드(205만5000장)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BC카드는 전년 대비 30.5%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휴면카드 증가세 지속…과열 경쟁이 원인
휴면카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4분기 말 기준 1399만3000장이었던 휴면 신용카드는 2024년 1분기 1442만4000장, 2분기 1487만7000장, 3분기 1535만8000장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이지만, 카드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신상품을 출시하고 기존 카드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기존 카드 고객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 범죄 노출 우려…금융당국도 정리 유도
휴면 신용카드는 각종 금융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휴면카드를 한눈에 조회하고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내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개별 카드사를 통해서만 해지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통합 조회 후 바로 해지할 수 있어 휴면카드 관리가 더욱 편리해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휴면카드 증가세는 카드사들이 새 상품 출시에만 집중하고 기존 카드 혜택을 축소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고객들은 혜택이 줄어든 카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서랍 속에 방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면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 보안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따른다”며 “따라서 휴면카드를 정리하는 것이 카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